시행 2년차를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1호 선고’를 앞두고 재계가 판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 범위, 안전의무 기준, 처벌 수위 등을 가늠할 잣대가 나올 전망이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최근 재판에 넘겨지면서, 재계는 관련 판례와 법리가 어떻게 제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법률 자문도 받고 있지만 결국 법원 판단이 축적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4일 말했다.
중대재해법 사건에 대한 사법부 첫 판단은 6일 오전 10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나온다.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A씨 등은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 소재 요양병원 증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오는 26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한국제강 대표이사 B씨 등에 대한 중대재해법 사건 1심 선고가 열린다. 지난해 3월 한국제강 공장 내 설비보수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60대 근로자가 1.2t 무게 방열판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B씨가 안전보건 체계 구축 및 업무상 주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다. 건설 현장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검찰은 지난해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82건을 입건해 이 가운데 11건을 기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11건 중 7건은 건설업 관련 사고였고, 7건 모두 공사 규모 50억원을 웃돈 중소건설사가 대상이었다. 대형 건설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중대재해 사고 책임을 대표이사를 넘어 오너인 회장에게까지 넓게 묻고 있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는 지난달 31일 삼표그룹의 정도원 회장을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물을 수 있는 ‘경영책임자’로 판단하고 재판에 넘겼다. 안전보건 업무에 대해 실질적인 최종 권한을 행사한다면 대표이사나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넘어 오너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에 경총은 “회장이 그룹사 개별기업의 안전보건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발한다.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할지는 법원 판단에 달린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사고 예방 대책 및 책임자 정의, 인과관계 등에 대한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는 혼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