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4일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경찰과 가요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자택에 김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팬클럽 회장 김모(73)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1938년 평양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와 피난 생활을 했다. 1957년 미8군 무대를 통해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칼춤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으나 가수 김정애·현주와 함께 결성한 3인조 여성 보컬 ‘현시스터즈’로 데뷔했다.
작곡가 고(故) 이봉조와 결혼한 현미는 1962년 발표한 데뷔 음반 수록곡 ‘밤안개’로 큰 인기를 누렸다. ‘밤안개’는 미국 재즈 가수 냇 킹 콜의 노래 ‘잇츠 어 론섬 올드 타운’을 이봉조가 번안한 것이다. 현미는 남편 이봉조와 함께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 없이’ ‘몽땅 내 사랑’ ‘무작정 좋았어요’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현미는 2000년대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7년 데뷔 50주년 기자회견에서 현미는 “80년이든 90년이든 이가 확 빠질 때까지 노래할 것”이라며 “은퇴는 목소리가 안 나오게 되면 할 것이다. 멋지고 떳떳하게 사라지는 게 참모습”이라고 밝혔다. 2017년엔 신곡 ‘내 걱정은 하지 마’를 발표했다.
현미는 이봉조와 사이에서 두 아들을 뒀다. 장남 이영곤은 과거 가수로 활동했다. 1980년대 ‘사랑은 유리 같은 것’으로 유명한 가수 원준희는 현미의 둘째 며느리다. 현미는 가수 노사연과 배우 한상진의 이모이기도 하다. 빈소는 서울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