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속 저가 차량의 반란… 현대차 “나 떨고 있니”

입력 2023-04-04 16:55
한국GM 쉐보레의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국GM 제공

저렴한 자동차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전반적인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흐름 속에서 저가 전략을 쓴 차량들이 한국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신차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KG모빌리티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는 지난달 판매량 6601대를 기록했다. 전월(5508대) 대비 19.8% 많이 팔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덕에 지난달 8862대를 팔아 월 최다 판매기록을 28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토레스는 출시될 때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T5 트림이 2800만원이다. 동급인 현대차의 싼타페보다 400만원 넘게 싸다.

KG모빌리티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KG모빌리티 제공

한국GM 쉐보레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사전계약 4일(영업일 기준) 만에 계약 건수 1만대를 돌파했다. 쉐보레가 한국에 출시한 차량 중 역대 최단 기록이다. 트랙스의 가격은 2052만원부터 시작한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코나 가솔린 모델보다 4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코나는 최근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약 300만원 인상했다. 트랙스와 동급인 기아 셀토스는 지난달에 4631대를 팔아 전월(4924대) 대비 6.0% 줄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저렴한 자동차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신차 구매 부담이 더 커져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규 승용차의 평균 취득 가격은 2018년 3130만원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4278만원으로 올랐다. 4년 만에 1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거의 독점한 상황”이라며 “최근 현대차그룹의 차량 가격이 많이 올라 수입차와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저렴한 차량에 눈길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저렴한 차량들이 출격을 대기 중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토레스 EVX’의 실구매가(보조금 반영)는 3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국가가 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저가 전기차 경쟁이 시작됐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15일 최초 공개한 소형 전기차 ‘ID.2올’의 출시 가격을 2만5000유로(약 3587만원) 이하로 잡았다. GM은 올해 하반기에 소형 전기 SUV ‘이쿼녹스EV’를 3만 유로(약 4304만원)에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멕시코 공장에서 내년부터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2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차종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를 올해 말에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