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는 5·18국립묘지에 안치된 문재학 열사 묘비를 코트로 닦은 이유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씨는 4일 SBS 라디오에 나와 ‘왜 코트를 벗어서 비석을 닦은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전씨는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전씨가 문 열사 묘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코트로 비석을 닦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전씨는 “그 자리에 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죄라고 생각했다. 전두환 일가 구성원으로서 광주에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많은 분들에게 상처로 남을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제가 그때 입고 있던 것 중 가장 좋은 게 코트였고, 코트를 사용해 (비석을) 다 닦아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그러면서 “당연히 코트보다 더 좋은 게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걸 사용해 닦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씨는 또 방명록에 적었던 문구가 할머니 이순자 여사 과거 발언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씨는 방명록에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라고 적었다.
전씨가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여사 2019년 발언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전씨는 “사적으로 손자들에게도 그렇게 많이 말씀을 하셔서 들을 때마다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가족을 향한 두려움도 드러냈다.
그는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본력이 센 사람들에 속하는 저희 가족들을 상대로 하고 있으니 두렵다”며 “어떻게 해코지를 당할까 매일매일 두렵고 무섭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계속해 하는 이유에 대해 “라이브를 계속 켜두면 그래도 안전하다고 느낀다.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씨는 아버지 전재용씨와 지금 연락을 하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에 “해도 안 받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처음에는 (가족 모두) 다 오라고 했다”며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서 연락을 드렸을 때는 연락을 피하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일련의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는 질문에는 “정치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저 스스로가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통치를 하든 죄악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최소한 저 같은 큰 죄인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