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바람…홍성·대전 산불 진화 사흘째 악전고투

입력 2023-04-04 11:26 수정 2023-04-04 12:59
산림청 공중진화대원이 지난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지난 2일 충남 홍성군과 대전 서구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때문에 계속 번지면서 산림당국·지자체가 사흘째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4일 오전 10시 기준 홍성군 서부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진화율이 69%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후 1시20분 산불 3단계가 발령된 이 지역은 전날 오전 11시 약 73%의 진화율을 보였지만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1m에 달하는 강풍이 불며 불길이 다시 번졌다.

산림당국과 지자체는 일몰 뒤 산불진화헬기가 철수한 이후에도 인력을 투입해 야간진화작업을 수행했지만, 산불화세가 강해지면서 이날 새벽 1시 서부면 마을주민이 추가로 대피해야 했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산불진화헬기 20대와 장비 185대, 인력 2866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1454㏊에 잔여화선은 12.8㎞로 추정된다. 인명피해는 없지만 시설 피해로 주택 34동, 창고를 비롯한 건물 35동 등이 소실되는 등 총 71동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마을 주민 309명은 갈산중고와 마을회관 13곳 등으로 대피했다.

주민들은 생전 처음 보는 불길이 산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마을에 거주 중인 김모(77)씨는 “그동안 TV에서나 보던 산불을 실제로 봤는데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며 “밤에 산을 바라보니 능선을 타고 불이 옮겨가는게 보였다. 77년간 살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진화작업에 투입된 대원들 역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양소방서에서 지원을 나온 한 소방대원은 “이렇게 큰 불은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불길이 없었던 곳에 불이 다시 붙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잔불정리를 위해 불이 꺼진 곳으로 다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을 검토 중이다. 전날 주민 대피 현장을 찾은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중앙대책본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 요청을 지시하는 한편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모금 창구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의지하지 말고 산불이 확산되는 곳에 헬기를 집중 투입하라”며 “산불이 소강 상태를 보이는 지역에는 인력을 집중 투입해 잔불을 정리, 산불 재확산이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전 서구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산불진화 중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산림청 제공

대전 서구와 충남 금산군에 걸쳐 발생한 산불은 오전 10시 기준 71%의 진화율을 기록 중이다. 전날 오전 11시 기록된 84%보다 10%p나 낮아진 수치다.

산불영향구역은 713㏊에 잔여화선은 6.7㎞로 추정된다. 이번 산불로 민가 1개와 암자 1개 등 건물 2동이 소실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마을 주민 650명은 산직경로당 등의 시설에 대피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재 산불진화헬기 19대와 장비 148대, 인력 1968명 등이 투입돼 불길을 잡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오늘 비 소식이 있어서 도움은 되겠지만 최선을 다 해 조기 진화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대전시민의 심장인 장태산은 어떤 식으로든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불이 모두 꺼졌다. 산불영향구역은 68㏊에 달한다. 인명·시설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41명이 대피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