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성냥갑 건물’을 양산하는 기계적 건축 심의를 벗어나 활력과 개성이 넘치는 디자인 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높이와 형태, 색상, 조명 등이 조화를 이루는 창의적 건축경관을 도심 곳곳에 조성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시각적 매력이 가득찬 ‘스카이 라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우수 디자인 도입을 위한 사전 공공기획형 건축 통합심의 기준을 새로 제정해 상반기 중 시행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건축 인· 허가 이전부터 도시미관을 감안한 심의기준을 통합·강화해 기능적 측면과 함께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각 분야의 심의를 한데 묶는 원스톱 심의 방식이다.
현행 심의는 도시계획과 건축, 경관, 교통영향평가 등이 고유 영역에서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돼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심의에서 통과된 내용이 다른 심의를 거치면서 거부되거나 대폭 변경되는 사례도 잦다.
시가 이를 개선해 새로 제정한 통합심의 대상은 농림지역과 관리지역을 제외한 광주 전역이다. 건축물 구조와 배치, 외부 경관, 설비, 소방, 주차장 등에 디자인적 요소를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친환경 녹색 건축과 건축물 개방감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시의 심의대상은 다중이 이용하거나 분양을 목적으로 한 21층 이상 건축물, 연면적 10만㎡ 이상 또는 600세대 이상 아파트 등이다. 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0㎡ 이상 건축물, 30세대 이상 아파트와 50세대 이상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5개 자치구, 광주경제자유구역청 건축위에서 심의를 맡는다.
시는 사업 시행자가 창의적인 디자인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 심의기준 일부를 완화하는 혜택을 부여해 우수디자인 건축물의 자발적 건립을 유도할 계획이다. 사업 시행자들은 단계별 심의과정이 아닌 통합심의로 심의가 장기화되는 데 비례한 금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시는 용역을 통해 통합심의 기본안을 작성한 뒤 자문위원회를 거쳐 유관단체와 자치구, 건축위원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금명간 세부실행 계획을 확정해 늦어도 상반기 내에 운영규정을 고시할 예정이다.
시는 향후 건립하는 건축물의 독창성을 보장하는 이 같은 통합심의가 사업자와 사전협상을 거쳐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 지형, 기후 등을 감안한 독특한 건축물이 들어설 때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도 반드시 고려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시각적으로 지루한 건축물이 이어지는 ‘회색 병풍도시’를 탈피해 다양하고 입체적 외관을 가진 도시환경을 조성해 누구나 살고싶은 도시가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주택 디자인지원단’도 신설해 통합심의 전 아파트 사업자가 수준높은 디자인 주거단지 건축을 하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특색없이 규격화를 추구하던 기계적 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건축물의 심미성과 구조안전성을 강화한 혁신적 통합심의로 아름다운 도시건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