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안 직후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하며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비유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 측은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가 돌덩이냐”고 반발했다.
한 총리는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비판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많은 외교적 결정은 최종적인 외교 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하고, 그 결정이 비판받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 국익을 느끼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총리께서 굉장히 한가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며 “국민들은 아무런 국익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자존심에 상처 준 굴욕적인 회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그 국익을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일본에 굴욕적으로 해법을 갖다 바쳤으면 우리가 받아올 게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 그런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이제 (일본과의 문제를) 하나하나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총리의 발언이 굉장히 유감이다.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어떻게 30년 넘도록 투쟁해서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쟁취한 사법적 관련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영덕 의원도 “이분(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가장 거대한 돌덩이, 미래적 한·일 관계를 방해하는 훼방꾼인가”라고 꼬집었다.
한 총리는 “그 사법적 권리가 이미 2005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2007년 특별법을 만들어 2015년까지 약 7만9000명에게 정부 예산으로 6800억원을 보상해줬다”며 “그때도 분명히 이러한 보상을 일본에 요구할 수 있느냐는 논의가 있었다. 그게 무리라는 판단을 한 거다. 이러한 논리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총리의 발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뒤 적절치 못한 비유였다는 비판 여론이 쇄도했다. “전쟁 피해자가 돌덩이가 돼버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짐이라는 건가. 이런 막말이 어딨나” “국민들의 가슴 속 돌덩이는 누가 치워주냐” 등 싸늘한 반응이 잇따랐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에도 몇 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는 참사 생존자였던 고등학생이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본인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들었다. 또 참사 3일 뒤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통역이 원활하지 않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농담조의 답변을 해 질타를 받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