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분간 정치인들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전언 형태로 언급되면서 논란이 계속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3일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해 정치인들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러 정치인이 자신과 따로 만나 나눈 비공개 대화를 ‘전언’ 형태로 언론에 공개해왔는데, 더 이상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비명계와 친명계의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아전인수격 해석이 여럿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됐었다.
시작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었다. 그는 경남 양산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그의 발언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달 1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단합해 잘해야 한다. 이 대표 외에 대안도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뉘앙스로 해석됐다.
그러자 비명계에서는 정반대의 전언이 나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민주당이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화합하면 총선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박 의원이 전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전혀 다른 뉘앙스로 연이어 언급되자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와 거리두기를 결심한 만큼 논란의 당사자인 이 대표와도 당분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을 맞아 3일 제주를 방문했다. 이 대표도 제주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전 공식 행사에만 참석한 뒤 국회로 복귀했고, 문 전 대통령은 오전 공식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고 오후에 따로 참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 희생자 유족도 만났지만, 민주당 정치인들과 함께하지 않고 비공개 일정으로 소화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