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3인조, 배후 또 있나…경찰 수사 확대

입력 2023-04-04 00:04 수정 2023-04-04 09:49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으로 이모(35)씨 등 3명이 3일 구속된 가운데 경찰은 이씨에게 범행을 사주한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피해자의 가상화폐 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과 관련해 투자 실패와 살인 청부 사이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납치 사건이 발생하기 전 한 코인업체 관계자로부터 피의자 이씨에게 수천만원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3인조 중 이씨가 이번 사건을 주도적으로 모의해 황모(36)씨와 연모(30)씨에게 납치·살해를 청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황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두 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건넨 점도 확인했다.

경찰은 다만 이씨에게도 위선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씨가 황씨에게 전한 돈은 이씨가 코인 업계 관계자로부터 받은 착수금 4000만원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씨와 돈을 주고받거나 가상화폐 투자로 얽힌 인물 여러 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돈 거래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황씨와 연씨는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지만 3인조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면식이 있는 이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과 이씨 주변인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20년 말쯤 피해자 A씨가 홍보하던 가상화폐에 9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시세조종 등으로 화폐가치가 급락하면서 8000만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이씨는 이후 투자 손실을 언급하며 A씨에게 계속 접촉을 시도했고, A씨는 손실 보전 차원에서 2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씨는 또 A씨에게 일자리를 요구해 그의 가상화폐 사무소에서 3개월간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부터는 A씨 소개로 서울 강남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비공식 사무장으로 일했다.

경찰은 3인조 외에 또 다른 이가 범행 준비 단계에 가담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B씨를 소환조사했다. B씨는 지난 1월 황씨가 피해자를 살해하자고 제안했으며 자신은 미행 단계에 가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황씨는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 대 사주겠다”며 A씨를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 3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붙잡혀 구속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