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3일 라자 쿠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을 만나 ‘독립몰수제’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범죄자가 사망한 사건의 범죄 수익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라자 쿠마 의장과 박정훈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접견해 독립몰수제 도입 및 범죄수익 몰수·추징 시 입증책임 완화 필요성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총장은 2014년 대검찰청 수사지원과장 재직 시절에도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해외 도주해 재판 진행이 불가능한 사건이나 최종 유죄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의 경우에도 범죄 연관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가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뒤 미납 추징금 922억여원이 주목을 받으면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이 2021년 11월 숨지면서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FATF는 1989년 설립된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국제기구다. 현재 가입국 중 미국 독일 호주 등이 독립몰수제를 시행하고 있고, 한국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FATF는 현재 가입국의 ‘고려사항’ 정도로 둔 독립몰수제 도입을 ‘의무사항’으로 두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총장은 접견 자리에서 “국가 간 ‘검은 돈’ 회수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FATF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라자 쿠마 의장은 “가입국의 자금세탁 방지 국제 기준 준수 정도를 평가할 때 국제협력 부분도 보고 있다”며 “각국이 검은 돈 회수에 적극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