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로 “제주 4·3사건 희생자·유가족 명예회복” 외쳤지만…

입력 2023-04-03 18:13 수정 2023-04-03 18:15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4·3사건 75주기를 맞은 3일, 여야는 한목소리로 희생자·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외쳤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4·3 희생자 추모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권은 “민주당이 이념적 공세를 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보수정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이 제주에서 열린 4·3 추모식에 참석한 사례는 아직 없다.

윤 대통령은 4·3 추념식의 추모사를 통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추모사는 추모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엔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불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제주도로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4·3사건 75주년을 맞아 최고위원회의를 제주 4·3 기념관에서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도민들은 모진 상처를 이겨내고, ‘죽은 이는 부디 눈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 잡으라’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해왔다”며 “민주당은 반인권적 국가폭력범죄 시효 폐지 특별법 제정, 4·3 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희생자 유전자 감식 등에 당 차원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2030 세계박람회 후보 도시 부산을 평가하기 위해 방한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을 맞이하느라 제주에 내려오지 못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병민 최고위원·박대출 정책위의장·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추념식에 참석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에 대통령은 물론, 여당 주요 지도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내년에는 총선을 두고 표를 의식해 (추념식에) 얼굴을 비칠 것”이라며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월 4·3사건과 관련해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했던 것을 재차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4·3의 완전한 해결이란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다”며 “정권의 퇴행적인 모습 때문에 4·3을 부정하는 극우세력까지 활개를 친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또 “‘4·3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는 사과 한마디 아직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3 평화공원을 찾아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는 “여전히 4·3을 모독하는 행위들 이뤄지고 있어 매우 개탄스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 발언에 대해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되는지 아직 납득되지 않는다”며 “4·3 사건이라는 용어부터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터져나 왔다.

추념식에 참석한 이준석 전 대표는 “이런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태 최고위원에 대해선 “저는 다른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동환 구자창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