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브엠은 정식 서비스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은행권의 진출이 본격화하면 알뜰폰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에 리브엠을 정식 서비스로 승인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승인하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엠은 지난 2019년 규제샌드박스 사업특례로 알뜰폰 시장에 발을 디뎠다. 오는 16일로 특례기간은 끝난다. 리브엠은 그동안 40만명 가량의 가입자를 모으면서 입지를 다졌다. 다만 계속 적자를 기록해 수익성에서 의문부호를 남겼다.
통신업계에선 리브엠이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고 금융상품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면 이동통신 시장의 ‘메기’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본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단순히 알뜰폰만으로는 큰 파급력이 없다는 게 지난 3년간의 실적으로 증명됐다”면서도 “알뜰폰 이용자에게 예금·대출금리 혜택을 주는 식으로 금융회사만 할 수 있는 걸 내놓는다면,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브엠이 정식 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면, 다른 은행도 알뜰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손을 뻗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토스가 ‘토스모바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KT, 고고팩토리와 손을 잡고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정부 입장에서도 은행들의 알뜰폰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효과를 높이기 위해 알뜰폰의 경쟁력을 높이길 원한다.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2018년 12월 12.22%에서 올해 1월 17.14%까지 상승했다. 그동안 이동통신 3사와 견줄만한 자본력을 갖춘 업체가 부족하다는 게 알뜰폰 시장의 최대 약점이었는데, 은행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덩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중소업체들 반발이 거세다. 일정한 조건을 거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리브엠은 혁신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원가 이하 요금제에 의존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도매 대가 이하 상품 판매금지, 시장 점유율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동통신 3사도 변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에 자사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를 지원하는 알뜰폰 영업팀을 꾸렸다. SK텔레콤은 알뜰폰에 망을 임대하는 의무제공사업자다. 정부는 SK텔레콤의 통신망 도매 제공의무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우리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한 것으로 알뜰폰 활성화와 중소기업 상생 취지에 동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알뜰폰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알뜰폰 점유율을 끌어올려 이동통신 분야에서 KT를 제치고 2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KT 22.19%, LG유플러스 20.71%다. KT는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 등의 알뜰폰 자회사를 두고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