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이 납치,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앞서 체포한 3인조 외에 공범 한 명이 사건 준비 과정에 가담했던 것으로 파악돼 추가 입건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일 언론브리핑에서 “사건 예비단계에 가담했다가 이탈한 20대 A씨(무직)를 살인예비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피의자 황모(36)씨로부터 피해자 B씨를 살해하자는 제안을 받아 미행 단계에 가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당시 황씨가 피해자로부터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 대 사주겠다고 제안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이후 A씨는 황씨와 또 다른 피의자인 연모(30)씨와 함께 렌터카로 피해자를 미행하거나 감시해왔으나 지난달 중순 범행에서 손을 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황씨와 연씨 등 두 명의 피의자와 과거 배달대행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일 뿐 피해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먼저 체포한 3인조 중 혐의를 인정한 황씨와 연씨로부터 또 다른 공범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 A씨를 특정해 소환했다. A씨에 대한 혐의가 구체적으로 정리되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3인조 중 B씨 납치·살해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35)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관련 일당 중 피해자 B씨와 면식이 있는 유일한 인물인 이씨가 사실상 범행을 계획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B씨 코인 회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20년 B씨가 일하던 코인 회사에 투자해 8000만원 손실을 봤고, 이후 해당 회사에 잠시 일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후 B씨가 이씨 요구에 따라 2000만원을 지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다만 이 같은 돈거래와 관련해 현재까지 이씨의 일방적 진술만 있는 만큼 객관적 증거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2021년 가상화폐 관련 형사사건에 함께 연루된 적도 있다. 가상화폐를 투자했다가 폭락한 뒤 또 다른 투자자가 시세조종을 했다고 의심해 그가 묵는 숙소를 찾아가 가상화폐를 빼앗으려 한 혐의다. ‘
앞서 이씨 등 ‘3인조’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B씨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고 수서경찰서 유치장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