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혀가던 홍성·대전 산불, 강풍타고 불길 다시 번져

입력 2023-04-03 16:33 수정 2023-04-03 16:44
산림청 공중진화대원이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불 3단계가 발령된 충남 홍성군·대전 서구 산불현장에 초속 1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진화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3일 오후 4시 기준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의 진화율이 58%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오전 8시 진화율인 69%보다 11%p 떨어진 수치다.

피해면적은 약 1103㏊로 파악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민가 가까이로 불이 내려오며 주민 236명이 인근 서부초·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 불로 주택 32동과 축사 4동 등 총 67동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현재 산불현장에는 헬기 21대와 인력 2946명, 장비 154대 등이 투입돼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당국과 충남도는 현장에 매우 강한 바람이 불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은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2m에 달하는 강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생각보다 바람이 더 강해져 진화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며 “야산 주변에 민가가 많아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대전 서구 기성동과 충남 금산군에 걸쳐 발생한 산불을 야간시간에 끄고 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산림청 제공

충남 금산군 복수면과 대전 서구 기성동 일대에 걸쳐 발생한 산불 역시 강풍탓에 불길이 다시 번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이 지역의 산불 진화율은 79%를 기록 중이다. 오전 11시까지의 진화율인 84%보다 5%p 낮아졌다.

이 지역 역시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5m에 달해 불이 다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영향구역은 435㏊로 추정된다.

이 불로 인근 요양원과 장애인시설, 정신시설 등에 거주 중인 입소자 900여명이 마을 경로당과 종합복지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점심시간을 기해 시설로 복귀했지만 산불 상황이 악화되면서 다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산림당국과 대전시는 현재 헬기 16대와 장비 133대, 인력 1897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80여년 가까이 이렇게 큰 산불은 처음이라며 공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현규(78) 대전 서구 기성동 산직2리 노인회장은 “여기서 태어나 한평생을 살았는데 이렇게 불이 난 것은 처음”이라며 “걱정돼서 밤에 나와봤더니 바람이 불면 불이 살아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불이 다시 꺼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집 바로 뒤까지 불에 탔다. 키우던 소들도 매우 놀랐다”며 “연기가 지금도 계속 나고 있어서 불안해 밖으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충남 당진의 산불 진화율은 약 78%이며 산불 영향구역은 68㏊로 추정된다. 인명·시설물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주민 41명이 초등학교와 경로당으로 대피했다. 충북 옥천 산불 진화율은 약 80%다. 산불 영향구역은 20㏊로 추정되고 인명 및 시설물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장인 남성현 산림청장은 “골짜기에서는 불의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며 “바람이 초속 10m 이상일 경우 강풍으로 분류하고 초속 16m를 넘으면 헬기가 뜨기 어렵다. 오늘 중으로 진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