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대신해 43년 만에 광주시민들을 향해 ‘5·18 사죄’를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우원(27)씨가 3일 만에 광주를 떠나 상경했다.
5·18기념재단은 “지난달 30일 새벽 광주를 찾은 우원씨가 공식·비공식으로 5·18 관계자들과 만난 후 지난 1일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서울로 갔다”고 3일 밝혔다.
귀국과 동시에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38시간 만에 석방된 직후 광주를 찾은 그는 하루 휴식을 취한 뒤 5·18 유족·피해자와 면담을 갖고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5·18묘지를 방문하는 파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광주 방문 이틀째인 지난달 31일 5·18 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관계자와 만나 “할아버지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며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사죄의 의미를 담아 자신의 외투로 묘비 등을 직접 닦기도 했다.
그는 5·18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을 찾아가 다시 한번 무릎을 꿇고 당시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있는 ‘전일빌딩245’를 둘러보기도 했다.
우원씨의 할아버지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방했다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 숨을 거뒀다.
5·18기념재단 등과 협의한 공식 일정 외에도 우원 씨는 광주에 체류하는 동안 비공식으로 다시 한번 오월 어머니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고 권호영 열사의 어머니 이근례 여사와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의 자택을 각각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BS 궁금한이야기 Y 제작진과 동행 중인 우원씨는 비공개 일정을 마친 뒤 서울로 이동하면서 5·18기념재단 관계자 등에게 환대해준 데 대한 감사와 재방문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우원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활동을 이어가면서 조만간 다시 한번 광주를 방문해 5·18 관계자와 사적지 등을 찾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