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반대男’ “내게 종일 시비…경찰서 갈 뻔”

입력 2023-04-03 16:22
벚꽃이 절정에 이른 1~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사쿠라는 일본꽃' 등의 문구를 들고 시위 중인 남성의 모습이 목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공원에서 벚꽃 축제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인 남성이 3일 “시위가 무지하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시위를 중단할 마음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남성은 이날 낮 여의도 윤중로 인근 식당가로 활동 무대를 옮겨 1인 시위를 했다.

여의도 윤중로는 석촌호수와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축제 명소다.

그는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차림 그대로였다.

흰색 상·하의와 모자, 안경, 마스크, 신발, 장갑으로 전신을 꽁꽁 가린 채 ‘벚꽃 축제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있었다.

곁에서는 땀 냄새가 났다.
벚꽃이 절정에 이른 1~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사쿠라는 일본꽃' 등의 문구를 들고 시위 중인 남성의 모습이 목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는 또 ‘사쿠라는 일본 꽃’ ‘일(日)편단심 사쿠라’라고 적힌 커다란 기치를 내걸었다.

깃발에는 일본 전범기를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과 국민의힘을 조롱하는 ‘국짐당’이라는 용어도 적혀 있었다.

이 남성은 이날 벚꽃 축제 반대 운동의 이유에 대해 “역사를 잊은 나라는 망하게 돼 있다”며 준비해온 전단을 기자에게 내밀었다.

전단은 ‘벚꽃 축제는 한국과 관련 없는 일본만의 전통’이라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벚꽃 축제는 사무라이, 일본 극우, 군국주의, 전체주의, 침략주의를 상징한다”는 주장이 유독 큼지막한 글씨로 적혀있다.

벚꽃이 절정에 이른 1~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사쿠라는 일본꽃' 등의 문구를 들고 시위 중인 남성의 모습이 목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남성은 1인 시위를 하며 겪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집회 자격 등을 거론하며 내게 종일 시비를 걸더라”라며 “어제는 경찰서까지 갈 뻔했다”고 했다.

그의 깃발과 전단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거론되는 등 정치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자신은 정당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특정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다”며 “‘민족정기(혼) 살리기 모임’으로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홀로 15년 동안 벚꽃 축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해왔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주장과 정면충돌하는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이라, 벚꽃 축제를 즐겨도 문제없다’는 취지의 반론과 관련해서 할 말이 많은 듯 “벚나무가 아니라 축제의 기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성은 또 “벚꽃 반대 운동은 ‘노재팬’ 운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NO JAPAN’이라고 적힌 자신의 모자를 가리켰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