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조작’ PD들 엠넷 재입사…‘꼬리자르기’ 의혹 재점화?

입력 2023-04-03 15:29
엠넷(Mnet) '프로듀스X 101' 안준영 PD와 제작진이 2019년 11월 생방송 투표 조작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 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만기 출소한 안준영 PD가 엠넷에 재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CJ ENM 측은 조작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과 3년여 만에 제작진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3일 CJ ENM에 따르면 안 PD는 음악전문 채널인 엠넷 음악사업부에 다시 출근했다. 엠넷은 “안 PD가 재입사했다”면서 “지난 과오에 대한 안 PD의 처절한 반성, 엠넷과 개인의 신뢰회복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의지를 고려해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 PD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임의로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혜택을 준 혐의와 시청자들을 상대로 문자투표 요금을 받고 부당 이익을 취한 혐의로 2021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안 PD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40여차례에 걸쳐 4000만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까지 더해져,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번 범행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현저하게 훼손됐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습생들과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결과가 생겼다”고 판시했다.

허민회 CJ ENM 대표가 2019년 12월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CJ ENM은 2020년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프로그램으로 얻은 수익을 모두 내놓겠다”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본 연습생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안 CP는 2021년 11월 징역형 2년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CJ ENM은 지난해엔 안 PD와 함께 시청자 투표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 실형을 마치고 나온 김용범 CP도 복귀시킨 바 있다. 당시 CJ ENM은 “김 CP가 ‘회사와 사회에 끼친 피해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김 CP는 CJ ENM의 글로벌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징역 살고 나와도 재입사가 가능한가” “재입사했다는 건 안 PD도 시켜서 한 것이란 의미” “분명 (안 PD) 본인 혼자 결정으로 못 했을 것” “총대 매줬으니 책임져주는 건가” 등의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앞서 MBC ‘PD수첩’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 순위 조작 관련 방송에서 “CJ가 피해자가 되면서 조직적인 조작 의혹에 대해 더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지 못했다”며 ‘꼬리 자르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CJ ENM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투표 조작 의혹을 처음 제기한 프로듀스101 진상규명위원회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CJ ENM이 제작진들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도 시청률만 나온다면, 돈벌이가 되는 그룹만 만들 수 있다면 계속 조작을 해도 된다고 종용하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 PD는 엠넷에서 ‘슈퍼스타K2’(2010)를 시작으로 ‘댄싱9’(2013·2014) 시리즈, ‘프로듀스’(2017·2018·2019) 시리즈 등을 연출해왔으며 지난해 퇴사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