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지 4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는 3일 서 전 실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서 전 실장이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5000만원은 현금으로 납부하고, 1억원은 보석 보증 보험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서 전 실장의 주거지를 제한하고 주거지 변경시 법원에 미리 허가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이밖에 서 전 실장은 정해진 법원 공판 기일에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공동 피고인 및 관련자와 연락·접촉하거나 만나는 행위 및 진술 번복을 설득·강요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해외 출국시에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 전 실장이 이를 어기면 구속이 취소될 수 있다. 서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3일 구속됐고 엿새 만인 9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합참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하라고 지시해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다.
서 전 실장 측은 “관계 장관회의 시점에 이미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청와대 실무자 등 200∼300명이 내용을 인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폐를 지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지난 1월 열린 보석 심문에서는 “피고인이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고 한국 나이로 70세의 노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석을 결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