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한 뒤 플로리다주에서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기로 했다.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대선 캠페인 전면에 내걸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2일(현지시간) 대선 캠프 홈페이지를 통해 “4일 오후 8시 15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택 마러라고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일 오후 2시 15분쯤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 뒤 연설을 위해 곧바로 플로리다로 출발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일 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박해로 묘사하고,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무기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는 급진 좌파 반란군, 강탈자, 비뚤어진 정치인에 맞서며 지금처럼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 감사하다”며 지지를 환영했다. 그는 전날에는 “(민주당은) FBI와 법무부를 완전히 무기화해 신성한 선거를 방해·조작하고 훔쳤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 수사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검찰권 남용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려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다.
트럼프 측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날 “법률팀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어떤 법도 해당하는 게 없으므로 (기소를) 기각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측이 혐의 전체를 부인하며 법정 공방을 장기화해 내년 대선 때까지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 수사가 편향됐다는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이루면 당내 경선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판자로 돌아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방송에서 “트럼프가 무죄를 선고받거나 법적 요건이 충분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기소가) 기각된다면 이는 2024년 선거 운동에 로켓 연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발견된 1급 기밀문서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새로운 증거를 수집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잭 스미스 특검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 시도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스미스 특검은 지난해 5월 트럼프 측이 기밀 표시가 있는 모든 문서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받은 뒤 발생한 사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의 문자와 이메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증거 인멸 시도의 증거가 발견됐다고 한다.
FBI가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출할 때도 “수색 방해의 증거가 발견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혀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정 문건을 계속 소지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P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운전기사가 문서 반환 소환장이 발부된 이후 트럼프 지시로 마러라고에서 문건 상자를 옮겼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스미스 특검은 이 같은 진술을 입증할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측 스티브 청 대변인은 “사실이나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마녀사냥”이라며 “특검과 법무부가 불법적으로 정보를 유출해 사법 절차를 훼손하고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