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제천 봉황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와중에 김영환 충북지사가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2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시6분쯤 제천 봉양읍 봉황산에서 도로변 담뱃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다. 당시 산림 당국은 산불 규모와 풍속 등을 고려해 예상 피해가 10㏊∼30㏊ 미만일 것으로 판단해 산불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위험지역 주민에게는 오후 3시부터 3시간20분가량 대피령도 내려졌다.
일반적으로 피해 면적 30㏊ 이하 산불 1∼2단계에서는 지휘권자가 시·군·구청장이며, 100㏊ 이상일 때는 광역단체장이나 산림청장이 지휘권을 가진다. 외국 출장 중인 김창규 제천시장을 대신해 박기순 부시장이 현장을 지휘했다. 불은 21㏊를 태운 뒤 다음 날인 31일 오전 9시30분 완전히 진화됐다.
이후 김 지사의 ‘술자리 참석 의혹’이 불거졌다.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7시30분 충주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도립교향악단 연주회를 참관한 뒤 두 시간 뒤에 이 지역 청년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가 술잔을 건배하는 등의 사진이 SNS에 공개되면서 일각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야권은 지사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에서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산불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는데도 현장에 가지 않고 술판을 벌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더욱이 물을 마셨고 외부 행사로 얼굴이 붉게 그을린 것이라는 김 지사 측의 해명이 가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에게 도정을 맡긴 도민에게 부끄럽지도 않으냐”면서 “도민의 생명과 삶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면 지사직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반면 김 지사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은 엄호하고 나섰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억지 주장과 달리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저녁 술판을 벌이지 않았다”면서 “민주당은 산불로 불안에 떨어야 했던 지역민을 걱정하고 현장에서 산불 진화에 참여한 관계자에게 격려를 전하기는커녕 김 지사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북도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김 지사는 매뉴얼에 따라 당일 산불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었다”면서 “수세에 몰리는 이재명 대표를 방어하기 위해 민생은 아예 내팽개치고 이제는 지방정부까지 끌어들여 마타도어에 열을 올리니 민주당의 선동정치가 참으로 우려스럽다. 산불이란 재난마저 ‘죽창가’로 활용하려는 민주당의 행태가 웃프다(웃기고 슬프다)”고 했다.
논란과 관련해 도는 산불이 대응 1단계에서 인명피해가 없고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도지사의 현장방문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시간대로 산불 발생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면서 매뉴얼대로 대응했다”며 “청년모임 자리는 지역주민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출산정책과 정주여건 마련 등 도정 시책을 설명한 자리”라고 지난 1일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