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제주에서 열리는 ‘4·3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한다. 사유는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 등이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윤석열정부를 대표에 추념사를 읽을 예정이다. 야당에서는 “야구장에서 시구는 하고 제주는 안 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일 “지난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고,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것에 대해 적절한지 고민이 있다”며 “올해는 총리가 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윤석열정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는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해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통령 및 당선인으로는 첫 추념식 참석이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도 모두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한다. 대신 김병민 최고위원,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참석자들의 ‘급’을 한 단계 낮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제주에 총출동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일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진행한다. 당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자들도 모두 제주로 향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을 지적했다. 그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했다. 어제 대구는 괜찮고 내일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제주를 방문해 참배하고 유족들을 만난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2021년 추념식에 참석했다. 또 지난달 28일엔 페이스북에서 4·3 사건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하기도 했다. 다만 제주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