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구는 하고 제주 4·3은 안 간다? “총리가 참석”

입력 2023-04-03 04:45 수정 2023-04-03 09:35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제주에서 열리는 ‘4·3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한다. 사유는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 등이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윤석열정부를 대표에 추념사를 읽을 예정이다. 야당에서는 “야구장에서 시구는 하고 제주는 안 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일 “지난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고,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것에 대해 적절한지 고민이 있다”며 “올해는 총리가 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윤석열정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는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해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통령 및 당선인으로는 첫 추념식 참석이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도 모두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한다. 대신 김병민 최고위원,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참석자들의 ‘급’을 한 단계 낮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제주에 총출동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일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진행한다. 당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자들도 모두 제주로 향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을 지적했다. 그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했다. 어제 대구는 괜찮고 내일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제주를 방문해 참배하고 유족들을 만난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2021년 추념식에 참석했다. 또 지난달 28일엔 페이스북에서 4·3 사건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하기도 했다. 다만 제주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