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된 지 불과 3일 만에 벌어진 악재였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 국면일 터였다. 이후 한국타이어가 언론에 보내온 보도자료를 살펴봤다. 주말을 제외한 15일간 평일에 보도자료 12건이 배포됐다. 거의 하루에 한 건씩 뿌린 셈이다.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BMW 드라이빙센터에 9년 연속 고성능 타이어 독점 공급, 영국 자동차 페스티벌 ‘슈퍼카 페스트’ 후원, 두산베어스 8년 연속 스폰서십 체결, 자율주행 로봇 레이스 후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6년 연속 후원 파트너십 지속….
모두 한국타이어가 이런 저런 후원이나 경영 활동을 잘하고 있다고 알리기 위한 목적의 자료였다. 한국타이어가 화재에 대해 유감을 표현하거나 사고 수습 방안을 밝힌 입장문은 단 1건도 없었다.
이 기간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하필 화마가 태운 건 21만개가 넘는 타이어다. 분진과 유독가스가 치솟았다. 주민들은 기관지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한다. 건물 외벽과 내부는 까만 그을음이 생겼다. 방충망이나 에어컨 실외기 등도 엉망이 됐다고 한다. 농작물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다. ‘급한 불’을 끈 건 주민들이었다. 아파트 외벽 청소, 내부 청소, 주민 의류·커튼 등 세탁, 방충망 교체 등은 아파트 자체 보험을 통해 우선 진행했다. 주민들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화재 발암물질 주민 목숨 다 죽인다.’ ‘폭탄이냐 공장이냐, 당장 떠나라.’ 결국 지난달 2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3일부터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접수처를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 측이 비대위를 처음 만난 건 지난달 27일이다. 지난달 12일 화재 발생 후 2주가 지난 뒤다. 현재 협의가 이뤄진 실질적인 피해 지원은 한국타이어 측이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2014년 화재 때도 한국타이어는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넘어갔었다. 이번에도 그럴까봐 속이 타들어 간다”고 전했다.
통상 화재와 같은 문제가 생기면 기업은 피해 보상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결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타이어는 국민들이 뭘 궁금해하는 잘못 짚었다. 피해주민들을 포함한 국민은 한국타이어가 어느 단체나 행사를 후원한다는 것보다 피해주민 대책을 위해 뭘 어떻게 하는지가 더 궁금하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