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당시 저지른 학교폭력(학폭) 때문에 교내 조사를 받던 과정에서 9줄짜리 부실한 사과문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무소속 민형배 의원실이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모군은 2018년 민족사관고등학교 학폭위에 2차례 서면 사과문을 제출했다.
첫 번째 사과문은 학폭 처분이 났던 2018년 3월 말 이후 제출됐다. 사과문은 A4 용지 3분의 1 정도를 손글씨로 채웠으며, 내용은 6문장(9줄)으로 매우 짧았다.
정군은 사과문에서 “피해자가 집에 돌아간 후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이 피해자를 힘들게 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어 “한때 꽤 친한 친구 사이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가 피해자에게 배려하지 않고 했던 말들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의 언어습관을 돌아보고 많이 반성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학폭위원들은 “서면 사과문을 A4 용지 3분의 1 정도 (분량으로 적었고) 제대로 된 서식 없이 써서 왔다”며 정군의 ‘성의없음’을 지적했다.
이에 정군은 같은 해 8월 15일 좀 더 긴 내용으로 다시 사과문을 적어 다음날인 16일에 담당 교사에게 제출했다.
정군은 두 번째 반성문에서 “피해자에게 어떤 해를 끼치고자 그랬던 것은 아닌데 피해자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니 정말 미안하다”며 “(나도) 한동안은 마음이 힘들어 잠을 자기도 힘들고 몸이 아프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에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민 의원은 “피해자가 아닌 학교, 학폭위원을 대상으로 쓴 가짜 사과문으로 그 형식과 내용마저 형편없다”며 “아버지인 정순신 전 검사는 몹쓸 법기술로 재심청구, 가처분신청 및 온갖 소송을 남발했고, 반성없는 아들 감싸기에만 여념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군은 동급생을 상대로 1년 가까이 폭언과 집단 따돌림을 하는 등 학폭을 가해 2018년 3월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 변호사와 정군이 재심과 행정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대법원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가 미뤄졌고, 1년여 뒤인 2019년 2월이 돼서야 전학 조치가 이뤄졌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