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주택, 공공 매입’ 특별법…실효성 있을까

입력 2023-04-03 06:00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전해 달라.”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의 요구가 담긴 특별법이 발의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필요한 경우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현실적으로 공공이 직접 피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기관 등이 기금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각각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지난달 30일 대표발의했다. 조 의원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 임차인을 구제하기 위해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후 채권을 기초로 주택을 팔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우선 매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심 의원이 발의한 내용도 비슷하다. 심 의원 안은 전세피해 주택의 매입 사업의 주체를 국토교통부로 하고, LH 등에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보증금 반환 채권 가격을 최소한 임대 보증금의 절반 이상으로 산정하도록 해 보증금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매입주택 일부는 매각하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주택 매각 금액이 보증금보다 적으면 융자를 지원하고, 피해 임차인이 해당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원받아 살 수도 있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국가 재정과 주택도시기금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특별법 내용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정부에 요구해 온 정책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정부가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잘못하면 정부 재정으로 전세 사기범들을 도와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피해 주택도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공공이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직접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저리 대출이나 긴급주거지원 등 간접 지원으로만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17개 시도, 공공기관과 함께 저리 대출을 위한 전세피해확인서 발급, 긴급주거지원 신청 등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 대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금융권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 임차인을 구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피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공공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며 “서류만 가지고 대출 심사를 해준 금융기관도 책임이 있는 만큼 금융기관이 기금을 조성해 전세피해 주택을 매입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