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요구르트 테러’를 당한 2명의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1일(현지시간) BBC,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여성 2명이 머리카락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이들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BBC가 이와 관련해 공개한 영상에는 이란 북동부 도시 마슈하드 근처 마을의 한 매장에서 두 명의 여성 고객이 직원 응대를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매장 밖을 지나가던 한 남성이 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이어 그는 선반에서 요구르트 통을 가져와 화를 내며 두 여성의 머리 위로 뿌린다. 이 남성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요구르트를 뿌리는 공격을 하고, 곧바로 상점 주인에 의해 상점 밖으로 밀려난다.
이란 사법부는 이 남성을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체포하는 한편 여성들에게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상점 주인에게 법을 준수하라는 경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사법부 수장인 호세인 모세니 에제이는 “자비 없는 여성들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달간 이란 전역에서 히잡 강제 착용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9세 이상 모든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한 혐의로 테헤란에서 구금된 마흐사 아미니(22)가 사망한 후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적인 시위와 함께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베일을 벗고 당국을 거스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한 대도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닌다고 BBC는 전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란 당국은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1일 “여성들은 종교적 필수품으로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며 “히잡은 법적 문제이고, 이를 준수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란 내무부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히잡은 이란 국가의 문명 기반 중 하나이자 이슬람 공화국의 실질적인 원칙 중 하나”라면서 “(히잡 착용에 대해) 후퇴 또는 관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