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가장 A씨가 법정에서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은 안 하지 않냐”며 “잠시나마 자유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남천규 부장판사)는 31일 A씨(46)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아내(당시 42세)와 두 아들(당시 15세·10세)을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아내와 아들들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며 대든다고 생각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2년 전 회사를 그만둔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지냈는데, 평소 아내와 말다툼을 자주 했다고 한다. 첫째 아들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폭언을 한 뒤 가족들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또 범행 후에는 근처 PC방에서 2시간 가까이 만화를 보다 집에 돌아오는 엽기적인 행각도 벌였다. 그리고는 “외출하고 오니 가족들이 칼에 찔려 죽어있다”며 울면서 119에 직접 신고까지 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으로 아내는 사랑하는 두 자녀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하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며 “두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에게 살해당해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고 사형을 구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전 미리 흉기를 구매했고, 이후 피해자들의 자살로 위장하려고 했다”며 “철저한 계획범죄”라고 강조했다.
A씨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이 모든 일은 제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항소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자유’를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주셨으면 좋겠다”며 “저에겐 삶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상황인데, 사형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을) 안 하지 않냐. 부디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