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광주를 찾아가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인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전씨는 이날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 방문 소감을 밝혔다. 전씨는 “저희 할아버지가 무차별 학살을 했는데, 아무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해도 그 가족의 일원이 오는데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대해 주실 줄 몰랐다”며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은 정말 천사같이 저를 안아주시고 그렇게 대해 주셨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고 광주를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정말로 저희 가족이 돌에 맞아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 주시고,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너무나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는 앵커의 질문에 전씨는 “조금이라도 마음이 풀리셨으면 정말 다행이다. 광주 시민분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더 풀어드리는 게 제 목표”라면서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 사태의 진실을 밝혀가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이날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저 또한 이기적인 마음에 저희 가족들이 죄를 짓는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숨어서 죄를 피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어둠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80년 광주에 대해 가족들로부터 세뇌를 당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전씨는 “항상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면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광주는 폭동이고 북한군 개입으로 일어난 일이고 가족들은 피해자다. 이런 식으로 항상 저를 세뇌하시던 것이 기억이 난다”며 “여기 오고 깨달았다. 어떻게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믿었을까. 저 자신한테 정말 많이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족들한테 물어봤을 때 그렇게 대답하거나 침묵을 하거나 대화 주제를 돌렸다”면서 “할아버지도 똑같은 반응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했다. 전씨는 “어린 마음에 실수했던 것 때문에 소중한 기회가 혹시라도 날아갈까 봐 너무 조마조마하다. 다시는 이런 실수 안 하도록 하겠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전씨는 이날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아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전 씨는 “5·18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대학살”이라며 “누구나 알고 있듯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자 학살의 주범”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5·18 희생자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용기를 내줘 고맙다”고 답했다. 국립5·18민주묘지도 바움ㄴ해 희생자들의 묘소에 참배한 뒤 외투를 벗어 일일이 묘비를 닦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