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원류’로 평가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 이름을 따 창립한 SM이 오늘로 한 시대를 마감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괄은 31일 제28기 SM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소회가 없을 수 없다. 내가 오래전 가수로서 불렀던 노래 ‘행복’의 가사가 모든 과정을 대변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모든 것을 못 본 척 눈 감으며 외면하고 지나간 날들을 가난이라 여기며 행복을 그리며 오늘도 보낸다’는 노랫말을 인용했다. 이 전 총괄은 SM을 설립하기 전에 가수로 활동했다. SM은 그의 이름인 ‘수만’의 이니셜이다.
이 전 총괄은 “나는 늘 꿈을 꾼다. 광야는 내 새로운 꿈이었다. 이 꿈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음을 한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나는 미래를 향해 간다”며 “이제 K팝은 세계와 함께 하는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세계가 함께 하는 음악의 세상은 기술과 음악의 접목이어야 하고, 그것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세상에 대한 기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보유한 SM) 주식을 매도할 때 마음의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지속 가능한 세상과 음악의 접합을 함께 하는 데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었다”며 “많은 분이 함께해주면 더 힘이 나고,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지난 6일 이 전 총괄의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했다. 그전까지 이 전 총괄은 SM 지분 18.46%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하이브의 이 전 총괄 지분 인수는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뤄졌다. 분쟁은 ‘이 전 총괄과 하이브’ 진영, ‘SM 경영진과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진영의 대립 양상으로 전개됐다.
올해 초반 국내 증권시장과 엔터테인먼트‧플랫폼 산업을 흔들었던 경영권 분쟁은 카카오와 SM 경영진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카카오와 합의해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SM 경영권을 카카오가 보유하고, 하이브는 플랫폼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양사는 합의했다.
이 전 총괄은 아직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SM 지분 18.4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로 인해 이 전 총괄의 이날 SM 주총 참석 여부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 30일 ‘이 전 총괄이 주총에 참석해 주주들을 만나고 직접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는 한 경제지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은 이날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열린 SM 주총에 나타나지 않고,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오늘 주총에 나올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지금 해외에 있다. 글로벌 뮤직의 세상에 골몰하고 있다”며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만나는 세상을 위한 즐거운 축제를 벌일 날을 고대한다”고 인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