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에 직면한 KT의 사외이사 3명이 31일 정기주주총회 당일 동반 사퇴했다.
KT는 현직 사외이사인 강충구 고려대 교수(현 KT 이사회 의장)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가 주총을 앞두고 모두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주총에 상정된 3명에 대한 재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들의 사퇴 결정에는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0.12%)의 의결권 행사 방침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전날 오후 표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중요 거래 관계에 있는 회사에 최근 5년 이내 재직한 임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지분 7.79%)도 표 이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과 현대차그룹 지분은 약 18% 수준이지만, 다른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재선임 안건이 가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표 이사 재선임 안건 통과가 어려워지자 함께 3년간 이사회를 꾸려온 나머지 두 후보도 동반 사퇴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로써 총 8명인 KT 사외이사 중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법무법인 유한 대륙아주 변호사만 남게 됐다. 다만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하는 상법 규정에 따라 KT는 당분간 차기 이사회가 구성될 때까지 김 이사와 더불어 이날 사퇴한 3명을 대행 자격으로서 당분간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토록 할 예정이다.
KT 이사회는 신임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두 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을 포함해 새 대표 선임까지 약 5개월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