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대전시에 12번째 ‘희망디딤돌’을 놓는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아동양육 및 가정위탁시설에서 생활하다 보호종료 기간 만료를 앞뒀거나 보호종료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삼성에서 건립 비용을 모두 댄다.
삼성은 지난 29일 대전시청 중회의실에서 대전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전시 아동복지협회와 보호아동·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삼성 희망디딤돌 대전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유재욱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전지회장, 양승연 대전시 아동복지협회장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선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 최완우 DS부문 사회공헌단장(부사장) 등 희망디딤돌 사업 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대전센터는 올해 11월 문을 여는 걸 목표로 한다. 내년 2분기 개소 예정인 충북센터를 포함하면 희망디딤돌 센터는 12개로 늘어난다. 지난 2016년 부산센터를 연 뒤로 지난해까지 지원을 받은 청소년은 누적 기준 1만6760명에 달한다. 이 사장은 “삼성 희망디딤돌은 보호아동·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3년 임직원의 성금과 아이디어로 출발해 한층 의미가 깊다”면서 “현재 10개 광역시·도에서 센터를 운영 중인데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센터는 최대 2년 동안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는 생활실, 체험실 등 20여개 주거·체험공간과 공동생활 공간으로 꾸며진다. 특히 다른 희망디딤돌 센터와 달리 ‘상담실’을 별도로 설치할 계획이다. 수행기관은 아동복지협회다. 20년 가까이 아동복지 운동을 한 양 회장은 “대전시 자립 지원 전담기관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임상 심리상담사 2명이 상주하고 있다. 희망디딤돌 대전센터를 주거시설뿐 아니라 자립준비청년이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정서적 지지 기반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임직원 각자가 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골라 기부하도록 운영 방식을 바꿨다. 인기가 가장 많은 사업이 희망디딤돌이다. 전문 코치 자격을 취득한 임직원 30여명은 센터에 입주한 청소년의 멘토단으로 활동한다. 지난해 10월까지 시범 운영했고, 올해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삼성은 ‘청소년 돕기’와 ‘상생’을 핵심 키워드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화했다”면서 “기업의 이익창출이라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 사회와 발맞춰 성장하는 의미 있는 사회공헌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자립 돕는 양질 일자리 만들겠다”
대전시는 올해 자립준비청년에게 주는 자립정착금을 1500만원으로 파격 증액했다. 아동양육·가정위탁시설에서 생활하다가 나이 제한에 걸려 퇴소하는 청년에게 조금이나마 더 경제적 도움을 주자는 이장우 대전시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액수이자, 서울시와 같은 수준이다.
이 시장은 이날 업무협약식 직후에 국민일보와 만나 “가족같이 지내던 친구들과 하루아침에 이별해 자립을 준비하려면 1500만원이라는 돈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자립정착금을 배 가까이 확대한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관련 예산의 편성을 마치고도 굳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대전시에서 자립준비청년에게 지원한 자립정착금은 800만원이었다. 올해 87.5% 늘었다.
자립 1년 차에 1000만원, 2년 차에 500만원을 지급하는데 ‘조건’이 있다. 이 시장은 “자립 지원 전담기관에서 재정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립에 앞서 최소한의 경제관념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다.
대전에서 ‘시설’을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은 한 해 평균 60여명에 이른다. 보호종료 5년 이내 사후관리 대상자로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은 520여명에 달한다. 특히 대전은 인근 중소도시에서 이주하는 비율이 20% 안팎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서울살이는 두렵고, 살고 있는 시골은 답답한 청년들이 대전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청년의 미래가 없으면 도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 시장 지론이다. 대전시는 ‘청년’을 표적으로 하는 정책 구상에 늘 골몰한다. 6개월 이상 취업이나 교육·직업 훈련 이력이 없는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심어주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청년도전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대전시는 단순한 주거 및 경제적 지원을 넘어 기술교육, 취업 연계 등의 ‘일자리’에 꽂혀 있다. 이 시장은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보호종료아동이 자립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에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 공공기관, 민간기업과 연계해 인턴십 제도를 도입하고 멘토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전시 안에 자리한 기업에서 취업 제안을 해와도 자립준비청년들이 두려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직업 체험의 기회도 마련하려고 한다. 이 시장은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확산에도 큰 파급효과를 낸다”면서 정부·기업에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희망디딤돌은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지내다 만 18세(본인 희망시 만 24세까지 연장)에 이르러 사회로 나오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적 환경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지자체가 함께 주거공간과 교육을 제공한다. 이번 대전센터를 짓는 데 삼성에서 50억원을 지원한다. 희망디딤돌은 지난 2013년에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임직원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임직원 기부금 250억원을 종잣돈으로 2016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2019년에 회사가 250억원을 추가 지원하면서 사업 범위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시장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시련과 좌절을 견디며 성장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된 것처럼 어떤 한 명의 청년이 힘 있고 올곧게 자라서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 역경이 경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자립준비청년이 기꺼이 기댈 언덕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대전=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