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감리교회 목회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교회의 미래를 비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교회 목회자 3명 가운데 2명은 교회를 떠날 생각이 있거나 과거에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으며, 절반이 넘는 교회는 학생 부족으로 교회학교도 운영하지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30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에서 이 같은 결과가 담긴 ‘농산어촌 목회자 및 교회 실태조사’ 자료집을 공개했다. 자료집엔 기감의 의뢰로 ㈜지앤컴리서치가 지난해 11~12월 농어촌 감리교회 목회자 504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결과가 담겼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농어촌교회에 희망이 없다’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한 이는 절반에 육박하는 48.4%였다. ‘농어촌 목회에 탈진한 목회자가 많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약간 동의한다’ 혹은 ‘매우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이 84.1%나 됐다. ‘담임 교회를 떠날 생각’을 물었을 때는 ‘과거에는 했는데 현재는 없다’거나 ‘지금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30.2%, 35.5%로 나타났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래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27.9%)였다.
농어촌교회가 처한 열악한 상황은 인구 문제와 직결된다. 대다수 농어촌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농어촌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물었을 때(복수 응답) 각각 1‧2위를 기록한 답변도 ‘교인 고령화’(80.0%)와 ‘교인 감소(60.1%)였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성도 가운데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5.2%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50대(13.2%)까지 합하면 성도 10명 중 8명 가량이 중장년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교회학교의 위상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5%가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 ‘교회학교가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들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가 농어촌교회 목회자 603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벌여 지난 20일 공개한 결과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기성이 진행한 조사에서 교회학교 학생이 10명 이하이거나 한 명도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36.0%, 48.2%로 8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었다.
기감이 벌인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조언과 전망을 쏟아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농어촌 목회를 위해서는 목회자 양성 및 재교육이 필요하고, 이들이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계의 연합 기구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농어촌교회는 예배당과 사택 문제가 해결된 목회 현장이라는 강점이 있다”면서 “농어촌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