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31일 5·18묘지 찾아 참회의 눈물

입력 2023-03-30 15:27 수정 2023-03-30 15:43

할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신한 손자 전우원(27)씨의 ‘광주 사죄’ 일정이 정해졌다.

5·18기념재단은 “전씨가 31일 오전 10시쯤 서구 내방로 5·18기념문화센터 1층 5·18기념재단에 도착해 5·18 단체 회원 등과 공개 면담에 들어간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10여분간의 차담회를 가진 후 5·18 유족·희생자들과도 만나 5·18 가해자 전씨 일가 최초의 사죄와 용서를 구하게 된다.

재단 측은 전씨가 우여곡절 끝에 광주를 찾게 된 심경을 먼저 들려준 뒤 5·18 공로자회 정성국 회장 등과 1시간 정도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는 김길자(유족)·김태수(총상 부상자)·김관(폭행·구금 피해자)씨가 유족·피해자 자격으로 참석하게 된다. 김길자씨는 1980년 5·18 당시 고교생으로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다. 면담 후에는 취재진과 질의 답변 시간도 갖게 된다.

이어 전씨는 광주시가 1999년 5·18기념공원에 사망자와 부상자, 행방불명자 등 4296명의 이름을 적은 명패와 함께 조성한 추모·승화 공간을 찾게 된다.

전씨는 5·18 단체와 광주시민들에게 사죄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쯤 재단 측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당시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 5·18 민주묘지 직접 참배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명록을 남기고 헌화한 뒤 5·18 최초 사망자인 고 김경철 열사와 초등학교 4학년의 나이로 희생된 5월의 막내 고 전재수 군, 시신을 찾지 못한 행불자 묘역 등을 둘러보게 된다.

전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풀려난 직후인 30일 새벽 0시 40분쯤 광주에 도착했다.

전씨는 “(광주에)태어나서 처음 와보고, 항상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피해오던 곳이지만 많은 분이 천사 같은 마음으로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피해자분들, 상처받으신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다”며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로 인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원한도 많을 것 같다, 늦게 와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뉴욕에서 체류해온 전씨는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마약 투약혐의로 구속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도주 우려가 없고 투약 혐의를 인정한데다 단순 투약자인 것을 감안해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38시간여 만에 경찰 조사에서 풀려나 광주로 직행한 전씨는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를 포함한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를 스스로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