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옥미셔너리저리(AWMJ) 이사장 신화석 목사는 이들을 자칭 ‘선교 어벤져스’ 라고 부른다. 바로 AWMJ 9개 권역 본부의 대륙 디렉터로 활동 중인 장동건, 이은옥, 윤원로, 정운교, 송형관 선교사이다. 이들은 아프리카 불어권, 영어권, 아시아 등 하나님이 맡겨주신 선교지에서 각각 사역을 하다가 AWMJ 선교대회가 시작되면 현지로 파송돼 지도자들을 섭외하는 일부터 현지 강사 초청까지 전반적인 세팅을 담당한다.
2003년 12월 3일 출범된 AWMJ는 전 세계에 9개 권역 본부를 두고 제24차 선교사역(200개국 방문)을 추진해왔다. 핵심 사역은 그 나라의 기독교연합회 임원, 교단 총회장, 신학대학 총장, 선교단체 대표 등 교계 최고 지도자들을 변화시켜 교회의 순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교회의 순 기능은 ‘매일 성경 읽기’ ‘매일 기도하기’ ‘매일 피 묻은 예수의 복음 전하고 나누는 것’이다.
제24차 선교사역을 해오기까지 ‘선교 어벤져스’의 노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AWMJ는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팔레스타인에서 열린 200번째 국가 선교사역 대회에 ‘선교 어벤져스’를 초청해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대회에서 신 목사는 이들을 격려하며 “대륙 디렉터의 수고는 땅끝 선교의 길을 여는 자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대회 현장에서도 ‘선교 어벤져스’들의 활약은 빛났다. 3일간 매일 9시간 넘는 강의를 통·번역했고, 자칫 놓칠 수 있었던 팔레스타인 교계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발 빠르게 움직여 섭외했다. 윤원로, 정운교, 이은옥 선교사를 지난 16일 팔레스타인에서 만났다.
먼저 ‘어벤져스’라 부르는 이들에 대한 짧은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윤원로 선교사는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카메룬에서 교단과 초·중·고등학교와 의과대학 등을 설립한 창시자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정운교 선교사는 아네스 대학교 기독학생회 말씀 캠프 사역, 아프리카 아버지 학교 운동 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은옥 선교사는 인도인 남편 수빌 로이 목사님과 결혼 후 1991년 인도 선교사로 파송 받아 32년째 인도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오고 있다. 인도 콜카타 지역에서 어린이교육 선교회(GNCEM)를 설립하고 약 3500여명의 아이들을 돌봐온 그는 2013년 콜카다 시가 선정한 사회 공헌 공로상 ‘마더 테레사’ 상을 수상했다. 신 목사가 이들을 ‘선교 어벤져스’라 부르는 이유이다.
‘선교 어벤져스’는 어떤 계기로 AWMJ 사역에 동참하게 됐을까.
윤 선교사는 “카메론에서 사역하고 있을 때 AWMJ 신화석 목사님의 선교팀이 방문했다. 아프리카 사역에 어려움이 많으니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때 나는 아주 정중하게 사양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아프리카 4개국에 세워진 200개가 넘는 교회를 돌봐야 하는 내게 맡겨진 사역이 너무 바빴고 또 하나는 AWMJ 사역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며 “한 명의 선교사가 한 나라에서 평생을, 수십 년을 바쳐도 힘든 일을 사흘 동안 와서 하겠다고 하니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교사역을 앞세워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며 구경하는, 여행하는 사역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양을 했는데도 도와달라는 요청에 ‘이번 사역만 돕고 빠지자’는 마음으로 동참했습니다. 그렇게 방문한 첫 나라가 아프리카 서부의 코트디브아르였습니다. 교단 총회장, 신학교 총장 등 교계 톱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 목사님이 ‘하루에 성경을 몇 장 읽는가’ ‘규칙적으로 기도하는가’‘전 세계 성경 1독을 하지 않은 지도자가 평균 40%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며 강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통역을 하면서도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마친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최대 하나님의 성회 교단 대표가 신 목사님께 안수기도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총회장들의 권위는 거의 하나님과 동급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권위 있는 목사가 아시아 선교사에게 안수를 부탁한다는 것은 그 말씀에 순종한다는 의미였습니다. 한국 선교사가 수십 년 해도 이룰 수 없는 일이 한 시간 강의를 통해 일어난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분들이 정말 생명을 걸고 선교하시는 분들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뒤로 내가 이 일에 힘닿는 데로 도와되겠다 결심하고 사역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AWMJ 선교 사역에서 대륙 디렉터 선교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것일까.
수년간 50여 개국 사역을 세팅해온 정운교 선교사는 “사역을 목적으로 하는 나라 최고 교계 지도자를 찾아가 AWMJ의 대회 취지를 설명하고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또 AWMJ의 선교 사역은 현장 이해를 기초로 한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교육 종교 선교 등 9분야의 현지 전문가를 섭외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팅하는 데 있어 제일 막막했던 나라가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 위치한 코모로스였습니다. 인구가 한 90만 정도 되고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이 가운데 97%가 무슬림 종교를 믿고 있다는 정보만 알고 방문했습니다. 최고 지도자는커녕 어디로 가야 기독교인들을 만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정말 대책도 없이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러다 하루는 호텔에서 점심을 먹는데 한 프랑스 여자를 만났어요. 그가 ‘이곳에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사람들이 모이는 개신교 모임이 하나 있는데 외교관 중 한 명이 그 교회와 연관이 돼 있다고 들었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운동화를 신고 묻고 물어서 마다가스카르 영사관을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만난 직원에게 ‘혹시 여기 그리스도인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잠깐 자리를 옮기자고 하더니 ‘내가 그 교회 목회자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렇게 코로모스의 사역을 세팅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기초도 없는 사역지를 방문해 세팅하는 일은 늘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지만, 사람을 통해, 만남을 통해 하나님이 AWMJ 사역에 강권적으로 개입하심을 경험합니다.”
‘선교 어벤스’는 AMWJ 사역을 해오며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현지 교회 지도자들의 변화를 꼽았다. 이번 팔레스타인 선교대회에서도 기독교총연합회 베이트 알 리카 총회장의 고백은 이 사역의 중요성을 알게 했다. 알 리카 회장은 “목사님 저 역시도 성경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사역했습니다. 이런 제가 팔레스타인의 교회를 대표하는 총회장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라고 고백했다.
윤 선교사는 부르키나파소 사역을 했을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사역을 마친 뒤 우리는 출국장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다가와 공항 밖에 부르키나파소 교회 협의회 대표들이 와 있으니까 한 번 나가서 만나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출국 심사까지 마치고 다시 공항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경찰의 호위 하에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부르키나 파소 교회협의회 회장과 총무가 서 있었다. 회장이 다가와 ‘신 목사님의 강의를 듣고 회개했습니다. 제가 목사이고 회장이면서 성경을 아직 1독도 못했습니다. 제가 먼저 회개하고 성경 읽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감사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인구 1만3000명의 조그마한 섬나라 아프리카 앵귈라에서 경험한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이곳에는 10개의 교회가 세워져있고 선교 대회 때 8명의 지도자가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역을 하면서 ‘굳이 이런 작은 섬나라까지 고작 8명에게 말씀을 전하겠다고 이런 고생을 하나?’ 생각하며 갈등했다. 강의가 시작되고 신 목사가 ’나는 행복하고 강한 교회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여러분의 교회도 행복한 교회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한 여자 목사가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하나님이 땅 끝까지 가라고 하실 때는 반드시 그 땅 끝에서 복음을 들을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라고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 여자 목사님의 마음속에 ‘내가 이런 곳에서 사역한다고 해서 낙심할 게 아니구나. 내가 먼저 성경 읽고 기도하고 복음 전하면 나도 행복한 교회가 될 수 있구나’ 그런 소망을 갖고 위로받고 다시 일어나는 걸 보면서 나 또한 새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디렉터 선교사들은 AWMJ 선교 사역을 통해 개인 선교 현장에서도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AWMJ는 선교대회 이후 지금까지는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 성령께서 일하시길 기대하며 씨를 뿌리는 사역일 뿐, 당장의 가시적인 선교적 성과나 열매를 이뤄내기 위 사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WMJ 선교 대회 이후 아프리카 선교지에서는 23명의 목회자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매월 1회 기도회를 가져오고 있다. 남미에서는 지도자급으로 2~3명씩 초청해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에서 중남미대륙 지도자 선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서도 강조되는 것은 단 하나, ‘교회의 순기능 회복’이다. 이는 ‘매일 성경 읽기’ ‘매일 기도하기’ ‘매일 피 묻은 예수의 복음 전하고 나누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에서의 200번째 선교 대회를 마친 소감에 대해 물었다.
정 선교사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그리고 전 세계가 아직도 풀지 못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폭력,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의 고향에서 200번째 대회를 경험하게 돼 감격스럽다. 현지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이스라엘 국가를 유대인 공동체와 동일시하는 그런 우를 범하는 그런 오류에 나도 빠져 있었구나 생각하며 배운 것도 많았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AWMJ 선교 사역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대회에서 통역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부터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전도하고 가족들을 제자 삼는 이런 삶에 게을렀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무 귀한 사역에 동참할 수 있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남아 있는 47개국 세팅을 위해 내부 회의를 통해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어쨌든 남아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리비아 등 이런 나라들도 겉으로 보면 닫혀 있는 나라 같고 사역이 불가능한 나라 같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경험에 의하면 하나님이 땅 끝까지 가라고 하셨기 때문에 절대 믿음으로 순종해서 들어가면 또 거기에는 하나님의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여러 대륙 디렉터들과 함께 하나님께 순종하며 기도하며 열리는 대로 나아가겠다. 하나님이 이루시고 또 열매를 주실 줄 그렇게 믿는다. 사역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은옥 선교사는 “개인적으로 AWMJ 사역을 하면서 얻는 기쁨은, 복음이 증거 된 나라들을 방문하며 리더와 교계 지도자들에게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가 교회 순기능을 회복 하기를 촉구하는 신화석 목사님의 열정을 직접 목격하는것이었다”며 “팔레스타인에 예수의 흔적이 이렇게 많은데 예수를 믿는 자가 이렇게 적은 것이 이상하고 안타깝다. 이곳에 성령이 임하시어 성령의 권능으로 그리스도의 증인이 많아지길 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