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달랜다고 스마트폰 주지 마세요 “사회성 발달 저해”

입력 2023-03-30 08:57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만 2세 이전 영유아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 연구팀은 2013∼2019년 사회성 발달 지연으로 치료받은 영유아 96명과 발달 지연이 없는 대조군 10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소아 건강 분야 국제학술지(Global Pediatr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 영유아의 미디어 노출 시간, 시기, 형태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성 발달 지연 군에서는 만 2세 이전에 미디어를 시청한 비율이 95.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성 발달 지연이 없는 대조군에서 만 2세 이전 미디어를 시청한 비율은 59.4%에 그쳤다.

사회성 발달 지연군에서는 미디어 시청 시간도 길게 나타났다. 사회성 발달 지연군에서는 63.6%가 평균 미디어 시청 시간이 2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평균 미디어 시청 시간이 2시간 이상인 경우는 18.8%로 조사됐다.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미디어를 시청했는지 여부도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성 발달 지연 군에서는 아이 혼자 미디어를 시청한 비율이 77.1%에 달했다. 반면 대조군은 이런 비율이 38.6%에 그쳤다.

사회성 발달 지연군에서는 아이에게 미디어를 시청하도록 한 이유로 ‘부모의 우울·건강문제·맞벌이’(55%), ‘아이 달래기’(26.5%) 등을 주로 꼽았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이런 답변이 각각 41.3%, 7.4%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미디어 노출이 아동의 신경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이 있다. 하지만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2세 이전 미디어 노출을 권장하지 않는다.

연구를 진행한 김성구 교수는 ”어린 나이에 긴 시간 미디어에 노출되면 부모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이 줄게 된다”면서 “유아의 기억력, 주의력, 인지력의 한계와 미디어의 일방향성으로 인해 뇌 발달 민감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달 지연 아이의 경우 부주의하고 지나치게 활동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미디어 노출이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때는 영유아가 미디어를 시청하더라도 보호자와 함께 상호교류 속에 제한된 시간만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하면 사회성 발달 지연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