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광주를 찾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상처받은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29일 입국과 동시에 마약 투약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된 전씨는 이날 오후 7시55분쯤 석방됐다. 경찰은 당초 구속영장 신청을 고민했지만, 전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자진 귀국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키로 했다. 이에 전씨는 경찰 체포 36시간 만에 풀려났다.
전씨는 곧장 광주로 향했다.
밤 12시를 넘긴 30일 0시30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전씨는 “태어나서 광주에 처음 와본다”며 “항상 두려움에, 이기적인 마음에 도피해오던 곳인데 천사 같은 마음으로 환영해주시니 감사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광주에 온 것은) 의미 있는 기회이고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를 비롯, 상처받은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5·18피해자들과 광주시민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전씨는 약 10초간 말을 잇지 못하더니 “저를 포함한 저의 가족들로 인해 지금까지 상처를 많이 받았고 원한도 많을 것”이라며 “슬픈 감정들 속에서 지금 (순간을) 기다리느라 고생하기도 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조금이라도 그 억울한 마음을 풀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늦게 오게 돼서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늦게 온 만큼 저의 죄를 알고 반성하고 더 노력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당분간 광주에 머무르며 5·18기념재단과 오월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등을 만나며 사죄할 계획이다.
뉴욕에 체류하던 전씨는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할아버지인 전두환씨와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했다. 또한 본인을 비롯해 지인들의 마약 투약 사실 등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17일 오전 유튜브 라이브를 하던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전씨는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서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5·18 유가족과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