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태풍이 오는데 누가 키를 잡는 게 맞겠느냐”는 게 서 회장의 복귀 일성이었다. 서 회장의 복귀가 글로벌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도약을 강력하게 추진해낼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서 회장은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잡으려면 회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세계에서 직접 영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졌다는 저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2021년 3월 경영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났었다.
서 회장은 지난 28일 진행된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셀트리온 임원 정년퇴직 나이인 65세에 물러난 지 2년 만이다. 서 회장은 다시 2년 임기로 셀트리온그룹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셀트리온이 글로벌 탑티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그룹 측은 “올해 오너 차원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해 복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간담회 내내 창업주이자 회장으로서 영업력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위기일 때 경영 총수가 영업을 뛰어야 한다. 경영자는 전략을 세우고 결정하는 것이고, 영업 현장에서 접목시키는 게 네트워크가 탄탄한 총수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효과를 어떻게 내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성장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서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늦어도 2년 안에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직접 진두지휘해서 최대의 성과를 내보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 ‘베그젤마’(CT-P16),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CT-P17)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차세대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기대하고 있는 ‘램시마SC’는 신약으로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기 위해 직판 체계도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미국에서 램시마SC 사용자를 2년 안에 15만명까지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것만으로 미국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창립 이래 최다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신청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기로 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이 지난해보다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 25~30% 신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주일은 미국시장, 일주일은 유럽시장, 일주일은 일본과 아시아 남부 시장에서 영업을 뛰고 있을 것”이라며 “일주일은 국내 판매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며 일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준비 작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서 회장은 “준비는 끝났다. 다만 자산운용사와의 공유 등이 필요하므로 금융시장이 안정화가 되면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합병에 대한 마무리도 신속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병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 계획도 밝혔다. 서 회장은 “작년부터 대규모 M&A 시장에 들어가기로 준비했다”며 “관심 있게 지켜보는 기업은 상반기 지나면서 10여개로 압축될 것이고, 필요하면 올해 3분기 말부터는 자금 집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 개인 주식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신약 플랫폼(약물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해주는 기술) 기업에 관심을 보였다. 서 회장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플랫폼인지, 그 플랫폼으로 신약 개발 여지가 있는지 등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서 회장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때문에) 바이오산업의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면 벤처나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국내 산업의 생태계를 보강하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구정하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