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단체 전두환 손자 우원씨 광주 방문 동행

입력 2023-03-29 16:14 수정 2023-03-29 16:25

광주지역 5·18 단체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29일 석방된다면 광주 방문에 동행하겠다고 밝혔다.

5·18 부상자회는 이날 일부 회원들을 서울경찰청 정문으로 파견해 우원씨를 광주까지 무사히 안내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전 전 대통령의 손자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전두환 일가의 비리를 폭로해 온 만큼 전씨 일가 추종 세력이나 극우론자들에 의해 광주 방문을 제지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5·18 부상자회는 미리 준비한 차량에 우원 씨를 태워 그동안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아온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내 5·18 기념재단이나 부상자회 사무실로 함께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원씨 본인의 의사나 건강상태, 석방 시간 등에 따라 일정은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지역 5·18 단체는 우원씨의 광주 방문이 성사되면 1980년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유족이나 당사자와 면담을 추진하고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도 안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5·18 유공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승화공간을 함께 방문해 5·18 왜곡에 대응하고 5·18 가해자인 전씨 일가 최초의 추모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뉴욕에 체류하던 우원 씨는 지난 13일부터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차례 폭로했다. 또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사범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자진 입국을 위해 미국 JFK 공항에 도착한 후 취재진에게 “수사받고 나와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겠다”고 발언했다. 26일에도 SNS를 통해 “5·18 기념 문화센터에 들러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우원씨는 예고한대로 5·18 유족 등에게 사죄하기 위한 광주 방문을 전제로 대한항공 KE086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하지만 28일 인천공항에서 마약 혐의로 경찰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입국과 동시에 전씨를 붙잡은 서울경찰청은 혐의를 시인한데다 자진 귀국한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유족들과 얼굴을 직접 맞대고 사죄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소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구체적 방법 등을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