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소변 소리를 분석해 배뇨량 변화를 자동 측정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콩팥이나 요관 방광 요도 등 비뇨기계 질병의 단서를 소변량 변화로 찾아낼 수 있어 향후 상용화 여부에 기대가 모아진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와 한림대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김환익 교수팀은 스마트폰 기반으로 배뇨 시 소리를 분석해 총 배뇨량을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유용성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비뇨기계는 소변을 통해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분과 염분의 비율을 조절하는 ‘하수 처리장’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매일 일정량의 소변을 배출해 신체를 정화하게끔 이뤄져 있는데, 비뇨기계에 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소변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거나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소변량 변화를 통해서 찾아낼 수 있는 질환은 다양하다. 국내에만 환자 수가 135만명에 달하는 전립선비대증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신부전증의 대표적 증상이 소변량 감소다. 또 소변량이 급격히 증가할 땐 방광이나 전립선 등의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변량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계량할 수 있는 용기를 항상 휴대하거나, 가정에 고가의 의료용 소변 패턴 측정 기구를 설치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들이 요구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주관적 느낌에 의존해 자신의 소변량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적기에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배뇨 시 소변이 물 표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소리를 분석해 총 배뇨량을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소변이 배출되는 강도가 방광의 배뇨압, 즉 시간 당 요도를 통과하는 소변의 유량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에 비례한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런 기술의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해 57명의 환자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실시, 배뇨 전 실시한 초음파 검사에서 측정한 방광 내 소변량과 배뇨 시 소리 분석 알고리즘에 따른 측정값 245개를 교차 비교했다.
그 결과 두 방식의 차이는 평균 16cc로, 성인 남성의 배뇨량이 200cc를 전후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발된 음향 분석법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음향 기반 배뇨량 측정법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나, 아직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표본을 바탕으로 전향적 분석을 통해 실효성을 밝힌 연구는 전무했다.
변기에 특수 장치라도 설치하는 것이 아닌 한, 음향 분석 결과가 정확한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철 교수는 29일 “환자 입장에서는 사적 공간에서 배뇨량을 확인할 수 있어 검사실에서 배뇨를 해야 하는 정신적 부담감과 이로 인한 측정 오류를 줄일 수 있다”며 “환자의 자가 진단은 물론, 의료진도 환자의 배뇨 상태를 더 정확히 판단해 맞춤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라며 “건강한 사람부터 배뇨장애가 있는 환자까지 더 많은 표본을 통해 해당 기술을 검증 및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비뇨의학저널(World Journal of U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