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헬기를 썼었나, 아무튼 신차를 호텔 옥상에 올려놓고 신차 발표회를 한 적도 있어요. 건물 벽을 허문 뒤 신차 전시를 마치고 다시 세운 사례도 있고요.”
29일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가 말했다. 10년 넘게 홍보 일을 한 인물이다. 코로나19로 많이 위축됐지만 한때는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화려하고 획기적인 신차 발표회를 하려는 경쟁이 치열했었다고 한다. 기자나 완성차 업체 홍보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22일 쉐보레의 신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신차 발표회 이후다. 일산 킨텍스의 대형 홀 전체를 빌려 GM 본사가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온 것처럼 꾸몄다. 바닥엔 교차로를 깔았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름의 ‘크로스’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교차로에 트랙스가 등장하더니 갑자기 차 안에서 댄서가 뛰쳐 나와 춤을 췄다. 신차보다 행사 자체에 더 눈길이 갔다는 이들도 많았다. 한 참석자는 “여태까지 봤던 신차 발표회 중 가장 화려했다. 입을 떡 벌리고 봤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여기에 돈을 다 쓰느라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 참가를 못 하나 보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신차 발표회는 완성차 업체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행사다. 신차를 처음 대중에 공개하면서 최대한 주목도를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우디코리아는 2012년 6월 A4와 S4 신차발표회를 위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1000㎡ 규모의 실내 아이스링크를 특별 제작했다. A4와 S4가 얼음 위에서 발레를 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신차의 다이내믹한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우디코리아는 ‘아이스 카 발레(Ice Car Ballet)’를 위해 독일에서 전문 드라이버를 초청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18년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복판에 지하 2층·지상 4층의 팝업스토어를 열고, 거기서 ‘디 아테온’ 신차를 발표했다.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아테온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발표회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BMW코리아는 2020년 5월에 신형 5시리즈와 6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갤러리’를 만들었다. 기자가 차를 타고 갤러리 안을 이동하면서 신차 소개 사진 등을 확인하는 식이다. 또 ‘자동차 극장’처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 한복판에 거대한 스크린을 세운 뒤 기자들이 차 안에서 신차 소개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벤츠코리아는 2021년 7월 ‘더 뉴 EQA’ 출시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하며 알렸다. 볼보코리아는 신차발표회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진 않는다. 대신 친환경 기업답게 2018년 이후 모든 신차발표회 현장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 현장에 참석하는 참가자들의 비표도 부품 박스를 재활용해 사용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