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 찾은 美 핵추진항공모함…‘탑건’ 전투기 70여대 출격 대기

입력 2023-03-28 17:15 수정 2023-03-28 17:24
2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 비행갑판에 전투기 F/A-18 슈퍼호넷 등 함재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우진 기자

28일 낮 해군 부산작전기지의 부두 끝에 회색빛의 ‘떠다니는 군사기지’가 정박돼 있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은 이날 10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았다.

비행갑판의 길이는 332m, 너비는 76m로, 축구장 3배 넓이에 달했다. 함교를 포함한 전체 높이는 63m로 대략 23층 건물 수준이다.

니미츠함의 거대한 모습은 미국이 강조하는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을 상징하는 듯 했다.

갑판에는 미군의 핵심 전력들이 즐비했다. 영화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조종간을 잡았던 전투기 F/A-18 ‘슈퍼호넷’ 수십여대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날개를 접은 채 줄지어 있었다.

미 해군 관계자는 “슈퍼호넷 등 70여대의 함재기가 니미츠함에 실려 있다”며 “통상 40여대가 갑판 위에 있고, 나머지는 내부 격납고에서 정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승조원들은 5000여명 정도이고, 항해와 항공을 담당하는 인원이 대략 절반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다. 정우진 기자

미국의 첨단 전력인 조기경보통제기 E-2C ‘호크아이’, 레이더 마비 등 전자전을 수행하는 EA-18G ‘그라울러’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잠전을 수행하는 헬기 MH-60R와 구조탐색용 헬기 MH-60S 헬리콥터 등도 갑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니미츠함이 포함된 미 제11항모강습단을 이끄는 크리스토퍼 스위니 단장(소장)은 비행갑판 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다음 주 초 부산에서 출항한 이후 한·미·일이 함께 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미츠함은 한국 해군의 환영식을 시작으로 방한 일정에 들어갔다.

한국 해군 군악대의 연주 속에 스위니 단장과 크레이그 시콜라 니미츠함 함장(대령)은 화동으로부터 꽃목걸이를 받았다.

제주도 남쪽 해역에서 27일 실시됐던 한·미 해상훈련에 참여했던 니미츠함의 승조원들은 항모 위에 삼삼오오 모여 부산의 풍경을 둘러봤다.

2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 비행갑판에 전투기 F/A-18 슈퍼호넷 등 함재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우진 기자

내·외신 취재진 80여명이 함상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니미츠함에 승선했다.

니미츠함의 거대한 크기 탓에 항모 선체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서 입장했으나 좁은 계단을 타고 4층가량 더 올라가야 갑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니미츠함은 바다 위에 정박된 상태였지만, 항모의 거대한 크기 탓인지 갑판 위에선 육지라고 착각할 만큼 어떠한 미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갑판 위에 직선으로 길게 긁힌 자국들은 1975년 취역해 50여년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니미츠함의 나이테처럼 보였다.

미군 관계자는 “니미츠함에는 함재기를 쏘아 올리는 사출 장치인 ‘캐터펄트’가 4개 장착돼 있어 함재기를 수 분 내로 연속 출격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30초에 1대씩 출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그렇게 출격 간격을 좁혀 운용하지는 않는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 핵항모의 방한은 지난해 9월 로널드 레이건함(CVN-76) 이후 6개월 만이다.

니미츠함의 이번 방문은 한국에 미국의 핵우산이 공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최근 한·미연합연습 전후로 ‘릴레이 도발’을 일삼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의 부산작전기지 입항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정우진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위니 단장과 시콜라 함장, 마크 셰이퍼 주한미해군 사령관(준장)의 답변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스위니 단장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 방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북한이 다양한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도 그에 대응할 다양한 수단이 있다”며 “우리 항모강습단은 공중·수중 모든 곳에서 훈련하고 어떤 영역에서도 공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미·일 3국의 해상훈련 계획도 이날 공개됐다. 스위니 단장은 “일정상 부산에서 출항한 이후 한·미·일이 참가하는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서태평양의 동맹과 함께 훈련하며 상호운용성을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니미츠함의 방한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미 제11항모강습단은 부산에 머무르는 동안 양국 간 우호증진을 위한 친선교류 활동과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함정견학을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