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이 패싱” 사의 인천공항 사장 작심 발언

입력 2023-03-28 16:14 수정 2023-03-28 17:30

“사퇴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인사권자의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그는 임기 만료 10개월 여를 남기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장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에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 공사 사장이 임명됐기 때문에 퇴진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최근 인천공항 여객기 내에서 실탄이 나온 이후 국토교통부 장관 보고나 의전 등에서 배제당했다”며 “인사권자의 의중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9㎜ 실탄이 발견된 직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이른바 ‘패싱’을 당했다는 얘기다. 원 장관은 지난 12일과 14일 현장 점검과 출장 차 인천공항을 방문했는데, 두 차례 모두 김 사장과 대면하지 않았다. 의전과 보고는 부사장이 담당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직접적인 사퇴 압력이 있었냐는 물음엔 “직접적인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보고 배제 등) 이미 신뢰를 잃은 것이 확인된 이상 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실탄 사고 책임론’에 대해선 “보안 부분에서 미비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물러날 정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토부에 다음 달 28일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는 “개항 22주년 기념식과 4월 공기업 경영평가가 마무리되면 빠른 시일 내에 업무를 종료하겠다”고 전했다.

공사 사장이 사퇴 배경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김 사장이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가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새 정부의 압력 속에 일어나는 공기업 수장의 줄사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 인천공항공사 게시판에는 “다음은 검사 출신 사장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인천공항=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