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입국한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27)씨가 인천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6시 전씨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신병을 확보해 압송했다. 경찰은 최근 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전날 전씨의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인천공항에서 취재진 앞에 선 전씨는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민폐 끼쳐 죄송하다. 최대한 협조해서 수사를 빨리 받고 나와 5·18 피해자 유가족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과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죄인이니까요”라고 답했다.
그는 “저의 삶이 소중한 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고, 저는 지금 살아있지만 그분(5·18 피해자)들은 여기 안 계시니까 저에겐 죄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저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거나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연락이 없거나, 그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유튜브 생중계)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며 “미국에서 마약을 사용했다는 병원 기록도 있으니까 확인해보시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씨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KE086편을 타고 귀국했다.
경찰은 전씨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로 압송해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하는 한편 자신과 지인들이 마약류를 투약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마약 검사와 신문 결과를 종합해 체포시한이 만료되기 전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전씨는 뉴욕에 체류하던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사범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전씨는 당시 “이게 MDMA라는 약입니다. 엑스터시예요. 이건 DMT라는 겁니다. 이것도 할 거예요”라고 말한 뒤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복용했다. MDMA(메틸렌 디옥시메탐페타민)는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이고, DMT(디메틸트립타민) 역시 환각을 유발하는 마약류다.
그는 “이거 해도 안 죽어요. 근데 검사했을 때 나와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다 할 거예요. 제가 이렇게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지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 아닙니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거 하고. 벌 받아야 되니까”라고도 말했다.
경찰은 해당 방송과 발언 등을 토대로 전씨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해왔다. 마약을 투약했다고 전씨가 함께 폭로한 지인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2명도 조사했다.
한편 전씨가 입국 즉시 체포되면서 이날 예정했던 광주 방문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씨는 지난 26일 SNS에 뉴욕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예매내역을 올리면서 “(한국에) 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겠다. 5·18기념문화센터에 들러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5·18 관련 단체들도 전씨의 광주 방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반성과 사죄를 위해 광주로 온다면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전씨의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추모승화공간 방문도 추진할 계획이었다.
전씨는 한국행 비행기 탑승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인한 처벌 가능성을 들어 한국행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조사를 받겠다.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