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광주 못갈듯…경찰, 입국 즉시 ‘마약’ 체포

입력 2023-03-28 05:46 수정 2023-03-28 09:51
전두환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26일(현지시간) 뉴욕 JFK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 탑승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자신의 마약 투약에 대해 폭로해온 손자 전우원(27)씨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전씨의 광주행이 불투명해졌다.

경찰은 28일 오전 전씨가 입국하는 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해 마약 투약 혐의 수사에 들어간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최근 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전날 전씨의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집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전씨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로 압송해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하는 한편 자신과 지인들이 마약류를 투약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마약 검사와 신문 결과를 종합해 체포시한이 만료되기 전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전씨는 미국 뉴욕에서 이날 오전 5시2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KE086편에 탑승했다.

지난 17일 새벽 마약 투약하는 모습을 SNS에 생중계한 전우원씨. 전씨 유튜브 생중계 영상 캡처

앞서 전씨는 뉴욕에 체류하던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사범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전씨는 당시 “이게 MDMA라는 약입니다. 엑스터시예요. 이건 DMT라는 겁니다. 이것도 할 거예요”라고 말한 뒤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복용했다. MDMA(메틸렌 디옥시메탐페타민)는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이고, DMT(디메틸트립타민) 역시 환각을 유발하는 마약류다.

그는 “이거 해도 안 죽어요. 근데 검사했을 때 나와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다 할 거예요. 제가 이렇게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지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 아닙니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거 하고. 벌 받아야 되니까”라고도 말했다.

경찰은 해당 방송과 발언 등을 토대로 전씨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해왔다. 마약을 투약했다고 전씨가 함께 폭로한 지인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2명도 조사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 오른쪽 사진은 그가 공개한 어린시절 가족사진. KBS 보도화면 캡처, 전우용씨 인스타그램 캡처

전씨는 지난 26일 SNS에 뉴욕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예매내역을 올리면서 “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겠다. 5·18 기념 문화센터에 들러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5·18 관련 단체들도 전씨의 광주 방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5·18 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반성과 사죄를 위해 광주로 온다면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전씨의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추모승화공간 방문도 추진할 계획이었다.

전씨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인한 처벌 가능성을 들어 한국행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조사를 받겠다.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