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하려는 의지’는 작년보다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두 경기면 시즌은 끝나겠지만 우리에겐 정말 중요한 시점이다.”
‘유종의 미’를 말한 은희석 감독의 마음이 통했을까. 프로농구 최하위 서울 삼성이 홈 팬들 앞에서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이대성과 이대헌이 부상으로 결장한 9위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제물이었다.
삼성은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농구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한국가스공사에 78대 57로 승리했다. 앞선 다섯 차례의 맞대결에서 1라운드를 제외하고 네 번 모두 패배했던 빚을 21점 차 완승으로 갚아 줬다.
정규시즌 순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나란히 연패 수렁에 빠진 두 팀 사령탑은 이구동성으로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이대성·이대헌을 라인업에서 제외한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본인들은 끝까지 의지를 보였지만 오늘만 농구 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더 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승민·양준우 등 다른 국내 선수들이 더 성장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서울 삼성도 정상 라인업이 아니긴 마찬가지였다. 앤서니 모스는 돌아왔지만 다랄 윌리스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홈 최종전에 임했다. 직전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질책했던 은 감독은 이날도 “홈 경기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를 주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포 뗀 양 팀의 경기 초반은 접전으로 흘렀다. 한국가스공사에선 신승민이 1쿼터부터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는 등 전반 15점을 몰아치며 공격을 주도했다. 반면 골 밑 득점을 책임져줘야 할 머피 할로웨이는 빡빡한 수비에 막혀 활로를 좀처럼 찾지 못했다. 삼성은 이동엽과 신동혁을 필두로 반격했고 4점 차 근소한 리드를 잡은 채 2쿼터를 마쳤다.
승기가 삼성 쪽으로 기운 건 3쿼터 들어서였다. 전반에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던 신동혁의 외곽슛이 폭발했다. 각각 2개씩 던진 2점슛과 3점슛이 단 하나도 빠짐없이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비에선 꼬박꼬박 리바운드를 챙긴 모스의 성실성이 빛났다.
기세를 잡은 삼성은 4쿼터에도 리드를 벌리는 데 성공하며 길었던 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원석 이정현 이동엽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신동혁을 지원 사격했다. 한국가스공사에선 신승민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4득점을 올렸지만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14승째를 거두며 연패 기간 2할 5푼까지 떨어졌던 시즌 승률을 소폭 끌어올렸다. 한국가스공사는 6연패에 빠졌다. 두 팀은 오는 29일 각각 수원 KT와 전주 KCC를 만나 시즌을 마무리한다.
잠실=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