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 진짜 홍대 가는 거예요?”

입력 2023-03-26 12:39 수정 2023-03-26 18:49
충북 괴산 추산교회 찬양팀이 지난 1월 12일 서울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추산교회 제공


“목사님, 우리 진짜 홍대 가는 거예요?”

충북 괴산 추산교회(이종남 목사) 아이들은 틈날 때마다 이렇게 묻고 했다. 시골 아이들에게 ‘홍대’는 실력파 뮤지션의 공연이 펼쳐지고 국내에서 가장 ‘핫한’ 도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이 교회 중고등부와 청년부 성도들로 구성된 찬양팀은 지난 1월 12일 홍대 인근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약 1시간 30분가량 찬양 무대를 선보였다. 찬양팀이 오른 무대는 번개탄TV(대표 임우현 목사)가 주최한 목요 집회였다. 지난 23일 인천 효성중앙교회에서 만난 이종남(47)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했어요. 교회에 안 다니는 친구들한테 홍대 공연장에 섰다는 사실을 자랑하기도 하더군요. 공연 이후 아이들이 교회에 갖는 자부심이 커진 것 같아요.”

충북 괴산은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이 지역 인구는 3만6911명인데 교회가 있는 괴산 불정면의 10대와 20대는 각각 84명, 103명에 불과하다. 10대와 20대가 총 200명도 안 되는 동네 셈이다. 하지만 추산교회는 이런 곳에서 다음세대 부흥이라는 작은 기적을 일궜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엔 50명 넘는 10대와 20대가 출석했고, 지금도 그 숫자는 20여명에 달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추산교회 예배당을 가득 채웠던 청년 들의 모습. 추산교회 제공

이 목사가 이날 효성중앙교회를 찾은 이유도 이 교회에서 열린 ‘PED KOREA 2023’(이하 PED)를 통해 자신의 다음세대 목회 노하우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2011년 시작된 PED는 미국에서 열리는 지식 콘퍼런스 TED를 본뜬 행사로 올해 행사엔 이 목사를 포함해 16명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그렇다면 추산교회의 다음세대 부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감리교신학대 신학대학원을 나온 이 목사가 추산교회에 부임한 것은 2009년이었다. 1925년 설립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였지만 성도 대다수는 70~80대 어르신이었다. 지인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시골교회에서 3년 정도 사역하고 나면 더 이상 해볼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이 목사는 이 말에 괘념치 않았고 체념하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하면 하나님의 역사가 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결손가정 자녀처럼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지역의 아이들이었다. 그는 이들을 자식처럼 돌봤다. 많을 땐 아이 8명이 교회 사택에서 이 목사와 함께 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토요예배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괴산에 있는 아이들을 거의 긁어모으다시피 했어요. 악기를 가르쳤고 함께 운동하고 고기도 같이 구워 먹었어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성령의 은혜가 아이들에게 임했고 괴산 지역 학교들엔 기도 모임이 만들어지더군요.”

젊은 세대가 거의 없는 지방의 시골 마을에서 추산교회가 거든 성과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이 목사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것 없었다”고 하면서도 다음세대 사역에 주효했던 3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다. 바로 끝까지 사랑하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 이 목사는 “끝까지 아이들을 섬기겠다는 생각을 하면 어떤 목회자든 아이들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해가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인천 효성중앙교회에서 만난 이종남 목사.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