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부 공격’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당내 갈등의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찢’이라고 하면 듣기 좋은가”라며 자신을 조롱하는 표현까지 동원해 당부했다. ‘찢’은 형수 욕설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주로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울산에서 당원 및 지지자들과 만나 ‘국민보고회’를 연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안의 차이가 있어도 이겨내야 할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진 않다. 미워도 식구”라면서 “(상대방의) 이간질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 섭섭해도 손 꼭 잡고 반드시 꼭 이겨내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화를 다 내면서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세상이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마음에 안 들어도 같이 손 꼭 잡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자신을 조롱하는 표현인 ‘찢’까지 언급했다. 이 대표는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의미) 이러지 말자. 여러분들은 ‘찢’이라고 하면 듣기 좋은가”라며 “그런 명칭을 쓰면 갈등이 격화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언론에, 상대에 이용당하고 내부에 안 좋은 뜻을 가진 이들에게 또 이용당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열성 지지자들을 일컫는 ‘개딸’(개혁의딸)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여성 지지자가 “일부 의원들이 ‘개딸’이 폭력적이라고 하고 팬덤정치(라고 지적한다)”며 개딸 표현이 악마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취지로 말하자 이 대표는 “언어라고 하는 게 시간이 지나면 오염된다. ‘어버이’라고 하면 가슴이 먹먹하시지 않나. 그런데 ‘어버이연합’ 하면 어떻나.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헷갈리게 돼서 요새는 (어버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1987에 나오는 개구진 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딸의 의미로 썼던 단어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혐오단어로 슬슬 바뀌고 있다. 진짜 억울하실 것 같다”며 “연구해서 바꿀까 싶다. 너무 많이 오염됐다”고 답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잼딸’(이재명딸)이라는 표현이 거론되자 “안 된다”며 “아무튼 연구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 승리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내년 총선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면서 “상대가 쓰는 방법은 분열과 갈등으로 힘을 약하게 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최대한 힘을 합쳐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