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탈출한 어린 얼룩말이 서울 시내를 활보하다 3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40분쯤 2021년생 2살 난 수컷 그랜트얼룩말 ‘세로’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했다.
경찰과 소방은 어린이대공원 직원의 신고를 받고 포획에 나섰다.
세로는 동물원에서 나온 지 10분도 안 돼 이면도로에서 튀어나와 광진구 자양로 2차로를 달리던 승용차 조수석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시내를 질주했다. 세로는 20여분간 차도와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결국 동물원에서 1㎞가량 떨어진 광진구 구의동 골목길에서 소방당국에 포위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공원 사육사들은 세로를 둘러싸고 안전 펜스를 설치한 뒤 총기 형태의 마취 장비 ‘블루건’을 이용해 근육이완제를 투약했다.
세로는 오후 4시40분쯤 마취총 두 발을 맞았으나 한참을 어리둥절한 듯 서 있었다.
마취총 7발을 맞은 뒤에야 약발이 돌았고, 세로는 서서히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옆으로 쓰러졌다.
회색 덮개에 싸여 1톤 트럭에 실린 세로는 오후 6시쯤 5명의 직원과 함께 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갔다.
그랜트얼룩말은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종이지만 세로는 지난 202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다.
시민들은 얼룩말이 골목길을 활보하는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하면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획돼 나오는 얼룩말을 구경하려고 경찰차 등으로 막힌 골목 입구에 주민 수십명이 모여들기도 했다.
사람 나이로는 청소년기에 가까운 세로는 최근 반항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서울시설공단 유튜브 채널은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세로의 반항시대가 시작됐다”며 “집에도 안 들어오고 캥거루랑 싸웠다”며 반항적인 세로를 길들이기 위해 사육사가 손으로 밥을 주고 장난감을 주는 등의 모습을 소개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