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채권시장 자금 경색을 일으켰던 ‘레고랜드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이 상정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채를 발행할 때 관계 당국의 의견을 반영해 승인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낮아진 지방채의 시장 신뢰를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동시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지자체의 경비는 세금과 보조금 등에 충당된다. 하지만 대규모 건설 사업이나 재해복구 등의 상황에서는 세금과 보조금만으로 조달할 수 없어 지방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통해 ‘지방재정법 일부개정안’을 상정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외채나 한도를 초과해 지방채를 발행할 때 행정안전부 장관이 기획재정부장관과 금융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승인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또 행안부 장관의 승인과 지방의회 의결 없이는 채무 이행을 지체하거나 불이행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행안부 장관은 금융당국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김 의원은 “금융시장에서 지방채는 국채와 같은 수준의 신용을 가졌지만, 발행과 채무 이행 과정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며 “지자체장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지방채를 다룬다면 시장의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지방채의 발행 규모는 꺾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발행량에서 만기 상환분을 제외한 순발행은 –669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지방채 순발행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4년 만이다. 지방채 순발행 규모는 2020년(1조878억원), 2021년(3066억원), 2022년(3922억원) 등으로 연도별로 편차는 있었지만, 발행량이 만기 상환분보다는 항상 많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지자체 등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조달 비용이 늘어난 영향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지방채 신뢰를 회복할 대책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우려를 내놓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태다. 지방채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해지려면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마련될 필요성은 있다”며 “이런 방식(개정안)이 현재 분위기를 일정 부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지자체 반발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 없이 시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에 대한 우려가 있겠지만, 이는 채권 투자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투자 실적이 좋지 않은 지자체에 시장의 자금이 흐르지 않으면서, 지자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려고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신 교수는 “(관련 개정안은)지방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