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과거 국가수용소였던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중 도내에 사는 123명에게 500만원씩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국적으로 피해자 수는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자체가 직접 위로금 지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에 나섰지만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피해자 최소 4691명…‘부랑아 교화’ 명분, 국가의 아동학대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지어진 이후 폐원을 맞은 1982년까지 40년간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강제 노역과 폭행, 고문 등의 학대 행위를 해 왔던 국가수용소다.
경기도기록관에서 2018년 발견된 선감학원 퇴원 아동대장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 규모는 최소 4691명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이중 도내에 사는 피해자 123명을 위한 위로금 500만원씩과 1분기 생활 안정금 60만원(월 20만원)을 오는 24일부터 지급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지방정부 차원에서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최초다. 생활안정금은 올해부터 매 분기 지급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료원의 의료서비스(연 500만원 한도 내)와 도내 상급종합병원(연 200만원 한도) 의료비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추모비 설치와 추모문화제 지원에도 나선다.
이 같은 조치는 경기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 회복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다. 당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선감학원 사건을 폐원 40년 만에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고, 김동연 도지사는 공식으로 사과한 뒤 해당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가 폭력 손배 나선 피해자들…尹정부, 3개월째 ‘묵묵부답’
당시 과거사위 결론이 나온 뒤인 지난해 12월에는 전국에서 모인 선감학원 피해자들 166명이 국가와 선감학원이 있었던 경기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이미 선감학원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한 경기도는 소송을 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인권침해 피해 사실을 인정하며 위자료 지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소장 접수 석 달째인 현재까지 아무런 답이 없는 상태다. 민변 강신하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소장 접수 후 현재까지 대책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었다”면서 “국가가 협조해야 경기도에서도 전 선감학원 지역의 유해 발굴 작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데 정부가 사과 한마디 않는 상황에서 경기도도 난감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도지사도 지난달 28일 선감학원 피해지원센터를 찾아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서 “경기도가 지원으로 물꼬를 텄으니 국가가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