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수완박’ 입법에 절차적 하자 인정…효력은 유지

입력 2023-03-23 14:50 수정 2023-03-23 15:47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률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진 않았다.

헌재는 23일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의 박광온 당시 법사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행위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다만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법사위에서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해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됐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법안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법사위원장·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쟁의를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봤지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회의 진행으로 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한 침해는 인정했지만 국회의장의 개정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문제가 없다고 봤다.

앞서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이 개정안들을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가결한 행위가 소수당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이 행위가 무효인지를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 시행됐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4월 30일 검찰청법, 5월 3일 형사소송법을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5월 3일 국무회의를 열고 두 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